“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이 떨어지는 때를 기다려/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가을의 기도’ 부분)
오는 11일 ‘가을의 기도’, ‘눈물’, ‘견고한 고독’의 시인 다형(茶兄) 김현승(1913~1975)이 타계한지 40주기를 맞는다. 시간에 풍화되지 않고 변함없이 한국인들의 애송시로 사랑받고 있는 김현승의 40주기 추모시낭송회가 열린다. 3일 오후 6시, 숭실대 베어드홀 103호에서다.
1934년 ‘쓸쓸한 겨울 저녁이 올 때 당신들은’과 ‘어린 새벽은 우리를 찾아온다 합니다’를 발표하며 문단에 나온 김현승 시인은, 이후 활발한 시작 활동을 펼치며 한국문학사에 ‘가을’과 ‘고독’이라는 독자적인 시의 영역을 개척했다. 시인 박두진은 김현승의 시적 성취에 대해, “가장 고도한 정신을 가장 순수한 정신으로, 가장 순순한 정신을 가장 인간적인 것에 둔 김현승 시인은 기독교적 시정신에 바탕한 현대시의 서정성을 획득하고 구축한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고 그 문학사적 의의를 밝힌 바 있다.
이번 추모시낭송회를 준비하고 있는 정우영 시인(한국작가회의 사무총장)은 “단순히 김현승 시인 타계 40주기라고 하여 추모 시낭송회를 마련하는 게 아니라, 김현승 문학의 또 다른 면모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기 위함”이라고 추모시낭송회 개최 취지를 밝혔다. 김현승의 시 세계를 더이상 가을과 고독, 기독교에 머물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김현승은 미당 서정주의 평가대로, “사람 사이의 정에 철저했던” 인간적 풍모와 “정의감을 큰 것이건 작은 것이건 고수하는 데서도 철저했던” 지사적 결기가 함께 표출되는 드문 시인이기도 하다는 점 때문이다.
강형철 시인(숭의여대 교수)은 이에 대해 “이번 추모시낭송회를 통해 사람을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시인으로서의 김현승을 새로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김현승 시의 의미 확장을 기대했다. 엄경희 숭실대 국문과 교수는 “김현승 시인이 남긴 고결한 시편들은 우리 시의 아름다움에 대한 긍지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정신적
시낭송회에서는 박남희 시인이 추모시 ‘다형을 생각하는 밤’을 낭독하고, 이은봉 시인이 ‘다형 선생과 나’ 를 발표한다. 김이정 소설가는 김현승의 시 ‘자유여’를 낭송한다. 우대식, 신종호, 임형신, 박승민 시인은 자작시를 낭송할 예정이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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