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한 장면 |
CGV가 영화 시간표 편성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과 사례를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했다. 9일 서울 여의도 CGV에서 열린 ‘영화산업 미디어 포럼’에서다.
영화 편성 순서는 이렇다. 예상 관객수·좌석 비중 산정→극장 지역별 특성 감안 편성안 수립→배급사 협의→편성 조정 및 확정이다. 기존 영화는 전 주 관객수를 중요하게 본다. 개봉 예정작은 유사작품 3편을 ‘내용·감독·캐스팅’, ‘시즌 수요’, ‘경쟁 라인업’ 등 세 측면을 비교해서 각 가중치를 매기고 그 세 결과의 평균이 예상 관객수다. 이 결과에 따라 첫주 스크린이 배정된다.
예를 들어, ‘개훔방’은 ‘아빠를 빌려드립니다’, ‘마이리틀히어로’,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3편과 비교해서 예상 관객수가 산정됐다. ‘아빠를…’에 비해 ‘개훔방’은 내용, 감독, 캐스팅 면에선 가중치 1.33으로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수요 가중치는 1.64로 높았다. 11월에 개봉한 ‘아빠를…’에 비해 개봉 시점(연말)이 좋았기때문이다. 반면 경쟁상황 가중치는 0.67이었다. ‘아빠를…’이 경쟁작이 없었지만, ‘개훔방’이 개봉할 당시 ‘국제시장’, ‘님아 그강을…’ 등 흥행작이 두 편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극장은 이 세 가중치를 고려해서 예상 관객수를 정하고 유사 작품별 예상관객수 3편의 평균을 매겨 최종 예상 관객수를 정한다.
CGV의 강경호 프로그램팀 팀장은 “영화의 완성도가 흥행의 50%를 차지한다면, 경쟁작 상황이 30% 영향을 미칠 정도로 요즘은 상대 라인업이 중요하다”면서 “‘개훔방’의 예상 관객수는 25만명이었고, 그 결과에 따라 스크린수를 배정했다”고 했다.
그외에도 CGV는 예매수량, 티켓 판매기 설문조사, 시사회 반응 등을 예상 관객 산정에 참고한다고 밝혔다. 예매수량은 시사회 등 이벤트로 인한 예매관객은 계산에 포함하지 않는다.
각 극장별로 특성에 따라 스크린 개수를 조정한다. 예를 들어 가족관객이 많은 CGV 불광에서는 ‘마다가스카의 펭귄’이 2위였지만 20·30대가 많은 CGV 영등포에선 10위였다. CGV가 매주 전체 스크린 배정을 올리면, 각 지점별로 요청 사항을 받아 편성표를 조정한다.
극장의 예측이 언제나 맞는 것은 아니다. CGV는 예측 실패 사례로 300만명을 예상했으나 60만명에 그친 ‘우는 남자’를 꼽았다. ‘엑소더스’, ‘미스터고’도 예측과 결과가 크게 엇나갔다. 극장 측은 전주 관객수를 고려해서 다음주엔 스크린을 조정한다. 30만명 예상됐던 ‘비긴어게인’은 첫주 전체 CGV 좌석
강 팀장은 “어떤 영화든 잘되면 극장이 (매출의) 절반 가까이 가져가기 때문에, 극장 입장에서는 잘 되는 영화에 스크린을 늘린다”면서 “일관되게 스코어 중심으로 가며, 최대한 정밀하게 예측하려 노력한다”고 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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