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발레리나 리안 벤자민(51)은 걷기 시작할 때부터 춤을 췄다. 2013년 로열 발레단 수석 무용수에서 은퇴할 때까지 30년 동안 무대에서 살았다.
발레리나로 최고 자리에 올라갔지만 그는 늘 은퇴를 고민했다. 부상 때문이었다. 골반 연골이 너무 닳아 언젠가는 춤을 그만둬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레 외에도 인테리어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다. 공연에 필요한 소품을 직접 만들었을 정도로 감각과 재능이 있었다. 로열 발레단을 그만둔 후 건축설계 학위를 받기 위해 첼시예술대학에 입학했다. 영국 무용수직업전환센터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아 무사히 학업을 마쳤고 현재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발레리나로 활동할 때 무대·의상·소품 디자이너에게 어깨너머로 배운 게 큰 장점이 됐다.
그의 제2직업 도전 이야기를 서울에서 들을 수 있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이사장 박인자)가 주최하는 ‘무용수 직업전환 국제기구’(IOTPD) 총회가 30일~6월 2일 서울사이버대학교에서 열린다.
IOTPD는 1993년 은퇴 시기가 빨리 찾아오는 무용수들의 직업전환을 돕기 위해 설립됐다. 네덜란드, 독일, 미국, 스위스, 영국, 캐나다, 프랑스, 한국 등 8개국이 회원국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도쿄시티 발레단 이사장 아다치 에스코, 중국 국립 예술 아카데미 무용 연구원장 오진핑은 참관국 자격으로 온다.
30일 서울사이버대학교 차이코프스키홀에서는 ‘전문무용수, 새로운 내일을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이 열린다. 직업 전환에 성공한 해외 무용수들이 제2의 삶에 도전할 용기를 전한다.
벤자민을 비롯해 네덜란드 발레리노에서 판사로 변신한 폴 워츠, 피에르-마리 퀘레 프랑스 마르세이유 국립무용학교 사무처장, 스위스 한의원에서 침술사와 마사지 트레이너로 일하는 허선혜가 사례 발표자로 나선다.
현재 네덜란드 중앙법원 판사로 재직중인 워츠의 직업 전환이 눈길을 끈다. 그는 17세에 토슈즈를 처음 신었다. 피곤하거나 부상을 당해도 열정적으로 춤을 췄다. 10년 동안 세계 무대를 누비며 행복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용수의 끝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체력 소모가 많은 발레리노 정년은 40세 안팎. 대안을 찾아야 했다.
삶의 전부인 무대를 떠나는게 두려웠지만 직업상담사와 의논 끝에 법률 공부를 시작했다. 1997년 8월 마지막 무대에 선 후 암스트레담 자유대학 법학과에 입학했다. 실업급여와 네덜란드 무용수 재교육 프로그램 지원금 덕분에 4년 동안 학업에 매진할 수 있었다. 졸업 후에는 형사법 전문 변호사로 로펌에 취직했다.
독일 전문무용수직업전환센터 자브리나 자도우스 대표와 김인희 서울 발레시어터 단장 겸 전문무용수지원센터 이사는 센터의 설립 배경과 필요성을 일깨워준다.
전문무용수지원센터는 무용수들의 은퇴 후 직업 전환을 돕는 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재활 트레이너, 공연 기획자, 무용 교육자 및 지도자, 평론가·칼럼니스트 등 직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지난해 무용수 120여명에게 교육비를 지원했다.
31일 오후 6시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는 ‘무용인 한마음축제’가 열린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동래학춤’,국립무용단 ‘제의’, 국립발레단 ‘홀베르그의 모음곡’, 국립현대무용단 ‘불쌍’, 유니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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