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는 무엇일까. 누군가 얘기했다. 바로 진정성과 세월이 이 둘을 가른다고.
아마추어 사진 작가가 찍은 한 두 장의 사진이 예술 작품이 될 때가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다 생긴 우연일 수도 있고, 모든 사진이 같은 품격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여기 프로보다 더 프로다운 아마추어 사진 작가가 있다. 평생 15만장의 사진을 찍었는데, 그 모든 것이 그가 죽고 나서야 우연히 공개됐다. 사진을 전공한 것도, 사진으로 생계를 유지한 사람도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나 자신 만을 위한 사진이었고, 일상의 기록이었다. 그 기록들이 시공간을 넘어 한국 사회에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비비안 마이어 내니의 비밀’전이다.
전시명에서 보여주듯 비비안 마이어(1926~2009)는 ‘내니(보모)’였다. 뉴욕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미국으로 돌아와 평생을 독신으로 남의 집을 전전하며 보모와 가정부, 간병인 등으로 일했다. 목에는 항상 6x6cm 크기의 정사각형 사진을 만들어내는 롤라이플렉스 카메라가 걸려 있었다. 2009년 죽는 순간까지 그녀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사진을 보여주지 않는 폐쇄적인 삶을 살았다.
죽기 직전 그가 찍은 사진이 동네 벼룩시장에 나왔고,책에 쓸 이미지가 필요해 필름 박스를 단돈 380달러에 사들인 존 말루프는 필름을 현상하고 나서 수준 높은 이미지에 깜짝 놀랐다. 말루프는 상자의 주인을 찾는 과정을 영화로 만들었고 이 사실이 인터넷에 알려지며 대중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전시에는 마이어가 1950년대부터 1979년까지 찍은 흑백사진 78점, 컬러사진 20점, 밀착흑백사진 7점과 함께 1965년에서 1973년까지 촬영한 영상물 9점을 선보인다. BBC에서 만든 마이어에 관한 다큐멘터리도 상영한다.
사진의 배경은 마이어가 살았던 뉴욕과 시카고이며 피사체는 소외된 사람, 자신이 돌보던 아이들, 그리고 그 자신이다.
이른바 ‘셀피’(self-photography)라는 인위적인 설정을 통해 마이어는 자신의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많이 남겼다. 롤라이플렉스를 손에 든 채 정면을 응시하는 모습, 도로에 드리워진 회색 그림자, 거울에 반사된 무표정한 얼굴…. 그녀는 ‘셀피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까지 얻었다. 사람들은 궁금하다. ‘왜 그녀는 예술성 넘치는 사진을 찍고도 단 한 장도 공개하지 않았는가’.
그의 작품을 관람하는 것은 그래서 남의 일기장을 훔쳐 보는 듯한 미묘하고 당혹스러운 감정을 수반한다. 그 세계는 누구보다 솔직하고 순수하다. 마이어와 같은 시대 살았던 성공한 남성 사진가의 전시도 같이 열려 이 둘을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게리 위노그랜드의 ‘여성은 아름답다’전인데, 마이어 전시 맞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