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베테랑’은 전날 31만명을 모아 누적 관객 695만명을 기록했다. 투자 배급사 CJ E&M은 이날 “베테랑이 18일 오전 700만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지난 5일 개봉한 이 영화는 첫째날 43만명을 모았고, 3일째 100만명, 9일째 400만명, 10일째 500만명을 돌파했고 12일째 600만명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면 다음주 초 1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측된다. 1000만명을 돌파한 ‘암살’에 이어 ‘베테랑’까지, 올 여름은 1000만 영화가 두편 탄생하는 이변이 연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베테랑’은 코믹 액션물이다. 일개 형사 서도철(황정민)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에게 맞서는 내용이다. ‘한국판 폴리스스토리’로 불릴 정도로 주변 도구를 활용한 맨몸 액션이 가득하다. 통상 액션 오락물은 남성 관객, 20대~30대가 주로 소비한다. 하지만 ‘베테랑’의 관람객은 전세대를 아우른다. 18일 CGV에 따르면, ‘베테랑’ 예매자는 여성 59.2%, 남성 40.8%로 여성 비율이 높다. 또한 10대 5.1%, 20대 42.6%, 30대 29.7%, 40대 22.6%로 폭넓은 세대 분포를 보인다.
액션안에 강한 ‘드라마’가 있기 때문이다. ‘베테랑’의 흥행 동력은 서민 정서를 어루만지는 드라마다.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관객이 감정 이입할 요소가 많은 ‘미생’들이다. 주인공 서도철 형사는 주택 대출이자를 걱정하는 서민 가장이다. 동료 오 팀장(오달수)은 상사(경찰서장)의 꾸중에 어깨가 움츠러드는 샐러리맨이다. 악당(조태오)을 때려부수는 주인공은 초능력을 가진 비현실적인 영웅이 아니라 우리처럼 상식을 가진 현실적인 영웅인 것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관객들이 꼽은 명대사는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자존심을 뜻하는 속어)가 없냐”였다.
영화는 서민의 승리를 보여준다. ‘권선징악’으로 귀결되는 명쾌한 결론은 씁쓸한 현실을 위로한다. 조태오는 서도철에게 “나한테 이러고도 뒷감당할 수 있겠냐”고 묻는다. 그는 돈과 지위를 이용해 사회적 총 인맥을 동원해서 서도철의 수사를 방해한다. 서도철은 “내가 죄짓고 살지 말라그랬지”라며 계속 문제삼는다. 죄 앞에선 재벌도, 권력도 도망칠 수없다는 뜻이다. 명장면으로 꼽히는 장면은 영화 마지막 서도철이 조태오를 명동 한복판에 때려눕히는 부분이다. 관객들
김영진 명지대 교수(영화평론가)는 “오락 액션물에 이토록 많은 관객이 호응하는 것은 영화가 이시대의 정서를 건드리느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권선징악이 판타지가 되버린 사회에 대한 불만족을 영화가 정조준했다”고 평했다.
[이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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