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대학로 소극장 창작 뮤지컬 ‘빨래’는 지난 6~7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여파로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관객이 30% 이상 감소했기 때문이다. 11년째 장기 공연하고 있지만 객석이 그렇게 빈 것은 처음이었다.
지난달초 암담한 공연 제작사에 희소식이 들려왔다. 정부가 침체된 공연 시장을 살리기 위해 추경예산 300억원을 투입한 ‘원 플러스 원(1+1)’ 티켓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관객이 공연 티켓을 구입할 경우 티켓을 한 장을 더 제공하는 지원 방식이다. 물론 좋은 작품을 엄선해 지원금을 긴급 수혈했다. 5만원 이하 티켓에 한정되며 공연당 지원금을 1억5000만원으로 제한했다.
‘빨래’는 동양예술극장 200석 중 100석을 원 플러스 원 티켓(5만원)으로 팔았다. 매회 거의 다 판매될 정도로 인기다. 탄탄한 작품성 덕분에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른 이 작품이 궁금했지만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관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원 플러스 원 티켓 지원 사업이 공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뿐만 아니라 공연장 문턱을 낮추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티켓 판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원 플러스 원 티켓 구매자 2만7213명 중 신규 구매자는 6094명으로 전체 45%를 차지했다. 이 지원 사업이 국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늘리는데 기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안혁원 한국공연프로듀서협회 사무국장은 “처음에는 마니아층이 주를 이뤘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공연에 관심 없었던 사람들까지 원 플러스 원 티켓을 구입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관객 계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형 뮤지컬은 티켓 가격을 내려 원 플러스 원 수혜자를 늘리고 있다. 뮤지컬 ‘맨오브라만차’는 11만원 짜리 R석과 8만원 짜리 S석 80석을 5만원 짜리 원 플러스 원 티켓으로 팔고 있다. 이 공연이 열리는 디큐브아트센터 전체 객석은 1200석이다.
신춘수 오디뮤지컬컴퍼니 대표는 “정부 취지에 동참하고 문화 소외 계층에게 두루 혜택을 주고 싶어 비싼 좌석까지 5만원에 내놓았다. 그동안 뮤지컬이 비싸서 보지 못했던 학생이나 노년층이 많이 온다”고 말했다.
뮤지컬 ‘아리랑’ 역시 A석 6만원을 5만원으로 내려 원 플러스 원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뮤지컬을 처음 보는 관객들이 많이 찾고 있다.
원 플러스 원 티켓 가격을 5만원 이하로 제한해 소극장 연극과 뮤지컬이 더 많은 수혜를 입고 있다. 정부 지원금이 메르스 뿐만 아니라 불황으로 허덕이던 대학로에 모처럼 햇살을 비추고 있다.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은 “요즘 경기 침체로 대학로 소극장 연극들이 고전하고 있었는데 정부 지원금 덕분에 오랜만에 숨통이 트였다”고 말했다.
사업 주관 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온라인 티켓 판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지방 관객들을 위해 현장 판매 장소를 지정했다. 대전예술의전당, 대구 dgtickets티켓박스, 전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수원 경기도문화의전당, 성남아트센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이 사업의 문제점도 조만간 보완된다. 현재 티켓 가격을 5만원 이하로 제한했는데 인기 뮤지컬 대작도 관람할 수 있도록 8~9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원 대상이 8월 18일부터 12월 31일까지 공연에 한정되는
박명성 한국뮤지컬협회 이사장은 “문제점을 보완한다면 원 플러스 원 티켓이 공연 예술계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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