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가 순전히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최초의 우리나라 지도를 만들었듯이 그도 발로 뛰고 눈으로 더듬어 그와 동시대의 우리 문학의 지도를 만들었다.”
‘문학의 지도’를 그리기 위해 누구보다 먼저 읽고, 많이 읽는 김윤식의 비평집 ‘내가 읽은 우리 소설’ (강)이 나왔다. 2013년 3월부터 2015년 3월까지 문예지에 발표된 소설을 읽고 그려낸 지금 이곳, 우리 소설의 생생한 지형도다. 김연수 김애란 박솔뫼 윤성희 편혜영 등 젊은 작가군에서부터 윤대녕 이승우 최수철 등 중견작가에 이르기까지 지난 2년 우리 소설이 어떤 미학적 형식과 언어의 밀도 속에서 인간과 세계를 해석하고 이해하려 했는지 조망했다.
책머리에 실린 글을 통해 그의 ’작가론’과 ‘비평론’을 짐작해볼 수 있다. “작가는 쓸 수밖에 없다. 비평가는 읽을 수밖에 없다. 그 이외의 것은 아무것도 없다.”
헤밍웨이의 ‘킬로만자로의 눈’을 인용하며 그는 “‘받아쓰기 할 수 없음’이야말로 작가의 글쓰기”라고 말하고 “많이 쓰지 않으면 잘 쓸 수 없는 법. 서머싯 몸은 성공이야말로 작가를 타락시킨다고 적었다”고 말한다. 김윤식이 생각하는 작가의 자세다. 그렇다면 비평가의 자세는? 노평론가는 “아직도 월평을 쓰고 있는가, 그대 아직도 꿈꾸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여전히 받고 있다. 그의 답은 그저 “비평가는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생각해도 딱하오. 한 가지 위안이 될 수 있는 것은 서머싯 몸의 충고이오. 작품 쓰기(창조)가 자기의 일이 아님을 깨닫지 않는다면 위대한 비평가가 될 수 없다, 라고. 이 점을 분명히 알고 나면 작품 구경하기(감상)가 조금은 자유롭다고나 할까요. 비평가란 당연히도 해박한 지식을 갖추어야 되거니와 동시에 공감도 그만큼 갖추어야 된다는 것.”
이 두꺼운 비평집이 다루는 작가는 모두 99명이고, 다뤄진 작품은 모두 150편이다. 2014, 2015년에 발표된 신춘문예 ‘신성’들의 작품조차도 모두 비평한다. 그런 그에게 비평가의 역할을 묻는다면 그는 온 힘을 다해, 그저 읽고 쓰는 것이라고 답할 것이 분명하다.
“비평이란 세상의 여러가지 일 중에서도 문학을 ‘인간 추구의 가장 중요한 것 중의 하나’라고 생각할 때만 비로소 할 만한 가치 있는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라면서 그는 이렇게 서문의 말을 끝맺는다. “어째서 그대는 세상 속으로 나와, 작가·현실·역사와 대면하지 않는가. 그럴 시간이 없었다고 하면 어떠할까. 그러나 작품 속에서 만나는 세계가 현실의 그것보다 한층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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