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21)은 이미 완성된 프로 피아니스트였다. 결선 무대에서 여유롭고 대담한 연주로 쇼팽의 감성을 살려났다. 결선 진출자 10명 중 가장 프로페셔널한 무대 매너로 심사위원과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우승 직후 그는 “결선 무대에서 전혀 떨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비결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회 무대에 서면서 쌓은 경험이다. 2005년 불과 11세에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조성진의 특별한 재능을 알아본 재단은 매년 연주 기회를 줬다. 2006년 앙코르 독주회, 2007년·2008년 피아노 트리오 연주회, 2009년 독주회, 2010년 실내악단 ‘금호아시아나솔로이스츠’ 연주회, 2011년 신년 음악회로 이어졌다. 2011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 데뷔 연주(세종솔로이스츠와 협연)를 위해 항공권도 지원했다.
지난 5월 벨기에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첫 한국인 우승을 차지한 임지영(20)도 2008년 금호영재콘서트로 데뷔했다. 지난 9월 이탈리아 부조니 피아노 콩쿠르에서 아시아인 최초로 우승한 문지영(20)도 2010년 금호영재콘서트 무대에 섰다.
1998년 시작된 금호영재콘서트 시리즈는 만 14세 미만의 전도 유망한 음악 영재를 위한 무대다. 콘서트홀 대관료와 팜플렛 인쇄비, 홍보비 일체를 지원한다. 2011년 러시아 차이콥스키 콩쿠르 2위에 오른 피아니스트 손열음,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 우승한 피아니스트 김선욱, 2012년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3위를 차지한 바이올리니스트 신지아 등 1000여명이 그 혜택을 봤다.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는 한국 클래식 연주자들이 세계 콩쿠르를 휩쓰는데 날개를 달아주고 있다. 각종 기업과 재단이 음악 영재들에게 장학금과 음악회 기회를 주고 공연을 후원한 덕분에 클래식 음악 저변이 넓어졌다.
조성진은 2009년부터 대원문화재단(이사장 김일곤) 장학금을 받고 있다. 민남규 자강산업 회장이 재단 소개로 조성진에게 연간 2000만원씩 후원해왔다. 대원문화재단은 지난해 매일경제신문과 한국메세나협회가 주최하는 메세나대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음악 영재 지원에 적극적이다.
클래식 음악계에 연간 30억원을 지원하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은 악기도 지원하고 있다. 임지영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할 때 연주한 바이올린이 바로 이 재단 소유다. 지난해 4월부터 10억원에 달하는 1794년산 주세페 과다니니와 연간 보험료 500만원을 지원했다. 재단은 1993년부터 명품 고악기 10점을 구입해 장래가 촉망되는 연주자들에게 무상으로 대여하고 있다.
한국메세나협회장을 맡고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이사장은 사이먼 래틀 베를린 필하모닉 예술감독에게 협연을 부탁하는 편지를 보냈을 정도로 임지영을 전폭적으로 밀어주고 있다. 콩쿠르 우승 후 1년 동안 아시아나항공 비즈니스 클래스 항공권 지원도 약속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문지영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메세나협회를 통해 현대자동차그룹 장학금을 받았다.
메세나 외에도 영재 교육이 클래식 강국의 비결이다.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영재아카데미(1999년 개원)와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재교육원(1993년 개원) 등이 콩쿠르 수상의 원동력이다.
조성진은 2003년 예술의전당 아카데미에서 스승인 박숙련 순천대 교수를 만났다. 박 교수는 “말수가 적어 2년 동안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지만 피아노로 표현을 폭발시켰다. 성진이의 뛰어난 음악성과 순수함을 깨뜨리지 않고 가르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조성진의 또 다른 스승인 신수정 전 서울대 음대 학장은 2006년 그의 처
임지영의 스승 김남윤 영재교육원장은 “처음 본 순간 내 정열을 바칠 만한 아이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7년전 영재교육원에서 문지영을 만난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면서 호소하는 음악이 특별했다”고 기억했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