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일 가능성으로 주목받으며 2010년부터 논란이 된 ‘증도가자(證道歌子)’의 진위 논란이 재점화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은 27일 “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증도가자 등 고려활자 7개와 국립중앙박물관이 보유하고 있는 고활자 1개를 비교한 결과 고인쇄박물관 고활자는 위조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3차원(3D) 금속 컴퓨터단층촬영(CT)과 성분 분석 결과를 통해 안팎 덧씌운 흔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인위적인 조작의 흔적이며 고려시대 전통적 방식의 주물 기법에 의해 제작된 활자가 아니고, 위조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증도가자’는 고려 불교서적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를 인쇄한 금속활자다. 이 서적은 고려 고종 26년(1239년) 목판본으로 다시 만들어 후에 인쇄한 것(보물 758호)이 남아 있지만 당초 사용했던 금속활자와 그 활자로 인쇄한 책은 발견되지 않았다. 증도가자 실물이 확인되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1377년)보다 최소 138년 앞서는 금속활자 유물이 된다. 현재 증도가자로 주장되는 활자는 다보성고미술의 김종춘 회장이 101개, 고인쇄박물관이 7개, 국립중앙박물관이 1개를 소장하고 있다.
과학적인 기법을 통한 검증 결과가 발표됐지만 진위 여부를 둘러싼 논란은 증폭되고 있다. 이날 발표된 증도가자 7점에 대한 검증은 그동안 논란이 된 김 회장 소유의 101점과 다르다. 전체 활자중 청주박물관 소장품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며, 청주본도 단편적인 연구에 불과하므로 전체를 가짜라고 단정지으면 문제라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지난해 경북대 산학협력단은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의뢰를 받아 연구를 진행해 활자에 묻은 먹이 1033~1155년의 것이라는 탄소연대 측정 결과를 발표한바 있다. 하지만 이 팀을 최초로 증도가자를 공개한 남권희 경북대 문헌정보학 교수가 이끌었다는 점에서 신빙성 논란이 일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증도가자는 아직 문화재위원회에서 서지학, 보존과학 등 여러 분야로 나눠 검토 중인 사안이다. 국과수의 검증을 하나의 방법으로 고려할 수 있겠으나 남권희 교수의 용역 결과와 마찬가지로 공식적으로 진위 여부를 가릴 수 있는 정도는 아니다”라고 전했다.
문화재청은 현재 문화재 지정을 신청한 다보성고미술 활자 101개와 국립중앙박물관 활자 1개 등 102개에 대해 전문가 12명으로 이뤄진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구성해 올해 6월부터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국과수가 위조품으로 판명한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 7개는 문화재 지정 신청을 하지 않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
문화재청 관계자는 “다보성고미술, 국립중앙박물관, 고인쇄박물관 금속활자의 출처는 모두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올해 2월 공개된 국립문화재연구소의 용역 보고서와 국과수의 연구 결과 등을 참고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하게 사실 여부를 검증하겠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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