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절정의 아이돌그룹 팬 사인회를 방불케 했다. 6일 오전 9시,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클래식 전문 음반 매장 풍월당에는 200여 명의 인파가 몰렸다. 지난달 쇼팽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며 클래식 계 ‘신성’으로 떠오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첫 앨범 ‘2015 쇼팽 콩쿠르 우승 실황앨범’을 누구보다 빨리 손에 넣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달려온 이들이다.
화제의 앨범은 조성진 씨가 콩쿠르에서 선보인 14개 작품 중 그만의 색깔을 가장 잘 드러낸 4개를 세계적 음반레이블 도이체 그라모폰이 엄선해 담은 것으로, 이날 전 세계에 동시 발매됐다. 풍월당은 이날 조씨의 음반을 가장 먼저 구매하고 싶어하는 팬들을 위해 매장 오픈 시간을 평소보다 3시간 빠른 9시로 앞당겼다. 국내 기타 서점이나 음반매장보다 이를뿐 아니라 시차 덕분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먼저 판매한 셈이 됐다.
‘1호 구매자’ 대학생 최재혁 씨(26)는 갓 동이 틀 무렵인 오전 7시 10분경 도착해 가장 먼저 번호표를 받았다. 최씨는 “연주자에게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음반을 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제일 먼저 동참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동시에 그는 “최초 구매자가 될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얼떨떨하고 뿌듯하다”며 쑥스럽다는 듯 덧붙였다.
이외에도 출근 전 앨범을 구매하기 위해 바삐 왔다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젊은 직장인들부터 50~60대 중년 남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구매자들이 눈에 띄었다. 당초 준비해둔 120장의 번호표가 일찌감치 동나는 탓에 나머지 수십 명은 매장에서 기다려야 했다.
풍월당 관계자 신승범 씨는 “입사 이래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아침부터 줄 서 있는 건 처음”이라며 “반응이 좋을 거라 예상해서 가게에서 밤을 새긴 했지만 기대 이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몰려 너무 놀랐다”고 했다.
클래식 음반을 사기 위해 아침부터 길게 줄을 늘어서는 풍경은 몹시 이례적이다. 2013년 ‘가왕’ 조용필이 10년만에 앨범 ‘헬로’를 냈을 때 팬클럽이 대형서점 앞에서 장사진을 이룬 경우 정도가 비견될 만하다. 조성진 앨범의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유니버설뮤직 관계자는 “첫 물량을 5만장 찍어놨는데, 내년 상반기까지 최대 10만장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최근 10년동안 가장 빠른 시간 안에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앨범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간 가장 많이 팔린 클래식 앨범들이 대부분 드라마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이나 컴필레이션 앨범인 점을 고려할 때 정통 클래식 앨범인 조 씨의 앨범이 갖는 위력을 느낄 수 있다.
조성진이라는 ‘스타’의 탄생은 그간 정체됐있던 국내 클래식 공연 및 음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내년 2월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있을 조씨의 공연은 지난달 말 단 한 시간 만에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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