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랏빛 요정들의 환상적인 군무부터 사랑의 열병에 걸린 젊은 연인의 절절한 파드되(2인무), 발레 수업 중 소녀들에게 일어난 이야기들을 추상적으로 풀어낸 아기자기한 춤까지. 올 한 해도 발레 팬들을 들뜨게 할 작품들이 속속 도착할 전망이다. 국내 양대 발레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2016년 시즌 프로그램을 들여다 봤다.
가장 눈길이 가는 건 역시 신작이다. 국립발레단은 올해 ‘잠자는 숲속의 미녀’와 ‘세레나데’ 두 개의 작품을 처음으로 무대에 올린다. 올 11월 3~6일 선보이는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발레리나 강수진이 소속된 독일 슈투트가르트발레단 예술감독 출신의 마르시아 하이데가 손을 본 버전이다. 고전발레를 성립한 러시아의 전설적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안무한 원작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되, 극중 ‘선과 악의 대결’ 주제를 보다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감독은 슈투트가르트에서 이 작품을 올릴 때마다 “주역 무용수들보다도 (사악한 요정 역인) 카라보스가 등장할 때 더 큰 박수가 나오곤 했다”고 전했다. 하이데는 직접 한국을 찾아 국립발레단 무용수들을 지도할 계획이다.
올 4월 29일~ 5월1일 국립발레단이 선보일 또다른 신작 ‘세레나데’는 미국 발레를 완성한 거장 조지 발란신이 발레학교 수업용으로 만든 작품이다. 연습 도중 넘어져 울음을 터뜨린 학생의 모습을 넣는 등 발레리나들의 소소한 일상을 춤으로 그려냈다. 차이콥스키 ‘현을 위한 세레나데’ 선율에 맞춘 하늘하늘한 튀튀 차림 여성 무용수들의 몸짓이 환상적이다.
그런가 하면 유니버설발레단은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맞아 ‘로미오와 줄리엣’을 올 10월 22~29일 4년만에 내보인다. ‘드라마 발레’의 대표주자인 영국 안무가 케네스 맥밀란이 안무한 버전이라 팬들의 기대가 특히 높다. 그의 ‘로미오와 줄리엣’은 장식적 요소를 줄이고, 인물의 격정을 오롯이 춤으로 표현해 마치 연극을 보는 듯 한 드라마 발레의 전형이다.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한 러시아 작곡가 프로코피에프의 극적이고도 현대적인 음악도 하이라이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한국 최초로 이 작품의 공연권을 영국 맥밀란 재단으로부터 받았다.
‘발레 한류’의 선봉장 ‘심청’ 역시 유니버설발레단 올해 프로그램에 속해있
[오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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