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나이 40세를 이르는 말인 불혹(不惑)은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 2016년은 배우 윤석화에게 조금 뜻 깊게 다가왔다. 연기를 시작한지 40주년, 그 경력이 판단이 흔들리지 않는다는 불혹을 넘긴 것이다.
연기 인생 40주년 헌정연극으로 윤석화가 선택한 작품은 연극 ‘마스터 클래스’였다. ‘마스터 클래스’는 윤석화에게 특별한 작품 중 하나이다. 뮤지컬 ‘명성황후’와 연극 ‘리어왕’ 중도 하차 등 깊었던 슬럼프 끝에 은퇴를 생각했던 1997년 말 구원처럼 다가온 작품이 바로 ‘마스터 클래스’였던 것이다.
21일 오후 서울 대학로 설치극장 정미소에서 열린 ‘마스터 클래스’ 기자간담회에서 윤석화는 “40년을 걸어오니 나는 무엇을 했는가가 많이 떠오른다. 우리 사회가 뭔가 오래 한 것에 대한 존중이나 혹은 그 역사를 기록하는 문화보다는, 젊고 신선한 것들에 대한 빠른 유행을 타는 상황인지라 내가 얼마큼 더 무대에 설 수 있을까와 같은 씁쓸함도 없지 않아 있었다”며 지나온 자신의 삶을 회상해 나갔다.
어쩌면 윤석화에 있어 ‘마스터 클래스’는 운명과도 같았다. “40년에서 새로운 신세계로 가는 이 시점에서 희망과 위로를 이 작품을 통해 제 스스로 받고 싶었다”고 털어놓은 윤석화는 ‘마스터 클래스’에 대해 “예술을 사랑하는 모든 관객들에게 예술이라는 것이 때로는 이상하고 치열하지만, 그 덕분에 이 세상은 변화를 시켰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이 작품이 자신의 삶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싶은 사람들에게 변함없이 좋은 가치가 돼 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정받는 배우, 공연계의 대모로 많은 이들에게 존경을 받는 윤석화이지만 나이가 한 살 두 살 먹음에 따라 무대에 오르는 것이 마냥 쉽지만은 않았다. “물론 연극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무한히 감사를 드리는 마음이 크다. 그래도 쓸쓸함은 어쩔 수 없었다”고 털어놓은 윤석화에게 목소리를 일찍 잃어버릴 정도로 오페라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왔던 마리아 클래스의 삶은 큰 위로로 다가왔다. “왜 마리아 클래스는 일찍 목소리를 잃어버릴 만큼 치열하게 했을까”고 질문을 던진 윤석화는 “답은 이 작품에 있었다. ‘마리아 클래스, 당신도 그랬었군요, 저도 그렇다면 어떤 고난과 어려움이 있어도 이 길을 가겠어요’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예술이 우리에게 무엇인지다시 한 번 자각하게 됐다”고 작품에 대한 감격과 그 깊이에 대해 고찰했다.
무대 위에서 윤석화의 연기와 눈빛, 기량은 아직 죽지 않았다. 작년 연극계의 대부 임영웅 연출의 60주년 헌정공연 ‘먼 그대’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여전한 역량을 과시하며 객석에 큰 감동과 여운을 남겨주었다. 이에 임 연출은 자신을 위한 헌정연극에 대한 보답이자, 자신이 사랑하는 배우 윤석화를 위해 연출로서 힘을 실어주기로 했다. “내가 사랑하는 윤석화 배우가 뭘 한다니까, 뭐가 뭔지 모른 상태에서도 ‘윤석화가 하면 참여하겠다’고 했다. 그래서 (이 자리에) 왔다”는 임영웅 연출의 말에는 윤석화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가득했다.
“선생님이라는 큰 그늘 아래에 있게 됐다”고 화답한 윤석화는 “저도 사실 무대에 오르면 살 떨린다. 제가 나이가 있지 않느냐. 그 에너지를 무대 위에서 발산하고, 과연 모든 대사를 외울 수 있을까 걱정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선생님이 계시면 응석도 부릴 수 있고, 누구보다 이해도 해 주시는 분이시기에 안심이 되는 것들이 있다. 장인이라는 게 그렇지 않느냐. 연출을 해 주셔서 천군만마를 얻게 됐다”며 소녀처럼 웃었다.
마지막으로 윤석화는 ‘마스터 클래스’를 올리게 된 소감에 대해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윤석화는 “저를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하고 고비도 많았지만 아직까지 버텨서 이만큼 온 제 자신에게도 감사하다. 무엇보다 제게 이런 재능을 허락해주신 하나님께도 감사하다. 그냥 모든 것이 감사하다”며 “지금까지 오면서 어찌 후회라든지 혹은 씁쓸함, 회한 이런 것이 왜 없겠느냐. 하지만 그것 또한 제가 앞으로 더 살아가면서 녹여내야 하는 참된 삶의 길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화의 40주년 헌정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쉼표이지 마침표가 아니었다. 설치극장 정미소와 공연제작사 들꽃컴퍼니의 대표로 활동 중인 윤석화의 머릿속에는 이미 다음 작품의 밑그림이 모두 그려진 상황이었다. 윤석화는 이후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9월에 여건이 되면 새 작품을 할 계획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후배들과 함께 ‘나는 너다’ 못지않은 새 창작극을 함께 할 예정이다. 매년마다 창작극을 하나씩 하고 싶다”고 고백했다.
한편 연극 ‘마스터 클래스’는 오는 3월 10일부터 20일까지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