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황색여관’이 약 9년 만에 관객들을 찾았다. 이강백 작가의 작품에 구태환이 연출은 맡은 작품으로, 황사바람이 극심한 허허벌판 중심에 위치한 ‘황색여관’에서 벌어지는 내용이다. 하지만 9년 전에 쓰인 작품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현세대가 동감할 부분이 많다.
‘황색여관’은 빠끔히 몸을 내놓는 큰언니가 여관 안에서 살아 있는 사람을 확인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이어 큰언니와 둘째는 시체들 사이에서 귀중품을 모으면서 만족해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그러던 중 여관에서 궂은일만 하던 막내가 요리사와 떠난다는 선언을 하고, 두 언니는 막내에게 제안을 건넨다. 매일 사람이 죽어나가는 여관에서 ‘단 한 사람’만 살려도, 황색여관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막내는 여관에서 투숙하는 사람들이 단 하루 동안 한명이라도 죽지 않고 생존하길 바라면서, 확연히 계급화 된 여관 내 불화를 줄이려고 고군분투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
이 작품은 제목은 ‘황색여관’이지만, 무대의 바닥이나 문 색깔은 붉은 색이고, 벽은 마치 이끼가 낀 듯 얼룩덜룩하다. 싸움과 살인이 멈추지 않고 일어나는 여관의 모습을 나타낸 것으로, 이는 곧 인간의 탐욕, 경쟁, 이기심 등을 나타내는 듯하다.
‘황색여관’은 무대에서 인물까지 모두, 눈에 띄게 계급화돼 있다. ‘비싼 방’과 ‘싼 방’, 고급요리인 A코스와 비빔밥인 B코스, 고급술과 그것을 마시지 못하는 것, 여성의 등장까지. 인물 역시 마찬가지다. 은퇴한 장관, 사업가, 변호사와 정수기 외판원과 배관공, 배선공, 그리고 학생은 계급화 된 황색여관 안에서 수긍하다가도 반발하기도 한다.
작품에서 드러나는 장면과 인물들의 표현은 너무나 1차원적이다. 신나는 리듬과 희화화된 장면으로 무겁고 어두운 모습의 명도와 채도를 낮췄음에도, 과장돼 있지만 비유한 것과 함의한 것이 많아, 단순하게 보면 한없이 쉽지만 고민을 시작하면 보면 볼수록 어렵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때문에 ‘황색여관’은 불편하다.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모래바람을 피해 들어온 곳이지만, 극명하게 갈린 두 부류, 또 그 안에서 촘촘히 나눠져 있는 인물들의 성격은 사회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적나라하고 거친 표현은 통쾌함과 동시에 불편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작품을 보고 있는 자신 역시 저 인물 중 속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각성과 함께, 여관이 크게 보면, 우리가 견디고 있는 경쟁사회를 투영한 모습이라는 것을 전하기 때문이다.
시작과 마지막 장면이 같은 수미상관 구조지만, 다만 달라지는 것은 막냇동생의 마음이다. 여관을 떠나겠다는 막내가, 한 사람이라도 살리겠다고 다짐하면서 여관에 남는 모습은 무엇인가에 소신을 더한다면 앞으로 변할 수 있을거라고, 기대를 품어도 된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 그리고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황색여관’을 통해 당신이 사는 곳은 어떠냐고 조용히 질문을 던진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