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연극 ‘황색여관’은 허허벌판에 있는 허름한 여관을 운영하는 억척스러운 세 자매와 그 여관을 방문하는 사업가, 변호사부터 외판원, 배관공, 학생 등 다양한 지위와 성향을 가진 인물들이 한데 모이게 되면서 겪는 갈등을 그려낸 작품. 이강백 작가의 손꼽히는 수작이다.
9년 만에 다시 관객들을 찾았지만, 마치 현 시대를 그려놓은 듯 생생하고, 공감이 간다. 특히 어떻게 보면 마냥 신나고 우스울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회화하거나 은유, 비유한 부분이 적잖아, 마냥 쉽게 놓치기는 아쉬운 작품이다. 구태환 연출은 “이강백 선생님 작품은 비유도, 상징도 많다. 시회를 진단하거나 걱정하는 작품도 많다”라고 설명했다. 이하 구 연출과의 일문일답.
Q. 제목은 ‘황색여관’이지만 전체적으로 드러난 색은 붉은색이에요. 마치 이끼가 낀 듯 한 느낌이 들고요.
“여관으로 꾸밀 수 있지만 의문을 주는 색이다. 붉은 색은 탐욕, 죽음, 인간의 열정 등에 대한 인상을 강렬하게 줌으로서 색에 대한 고민을 관객들에게 던졌다. 관객들이 의문을 품고 각자의 해석을 가졌으면 좋겠다.”
Q. ‘여관’이라는 장소는 곧 사회나 국가를 나타내는 것인가요. 밖에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모래 바람이 불어, 투숙객들이 어쩔 수없이 들어오지만, 극 중 인물들의 모습을 보면, 여관이 마냥 여관으로 그려진 것 같지는 않아요.
“여기서 비춰진 여관은 낡고, 거주할 곳이 아닌 곳이다. 이 곳 밖에 없어 어쩔 수없이 기거해야 하는 낡은 여관인 것이다. 사방이 꽉 막혀 탈출한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사방에 막혀 고립돼 있는 한국사회라고 생각해도 좋다. 원망하고, 한탄하지만 아웅다웅하면서 주어진 안에서 살고 있는 모습 속에서 첨예한 대립이 있다.”
Q. ‘황색여관’에 그려진 인물들은 너무 개성이 강하고 대립이 극명하게 보여서, 어떠한 인물을 표현하고자 한 것인지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안에서도 함축된 의미가 많아요. 이들의 ‘대립’은 어떤 것인가요.
“과거에는 자유를 얻기 위해 많은 피를 흘렸지만, 이제 당면한 과제는 평등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갈등이 있지 않나. 계급. 이념, 지역 등. 작가가 포착한 것은 세대 간의 갈등이다. 가진 것은 기성세대고, 젊은 세대는 삼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N포세대(삼포에 내 집, 인간관계, 꿈 등 포기한 세대)라 불릴 정도고, 금수저니 흙수저라는 말까지 생기지 않았나. 또 기득권을 얻는 과정이 어려운 것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Q. ‘황색여관’에 출연하는 인물들은 행동이며, 대사며 모두 과장 돼 있어요. 하지만 어디선가 본 적 있는 인물들을 마주한 것 같죠. 모두가 그렇게 느낄 것 같아요.
“그렇다. 우리사회의 단편을 포착한 듯하게 그렸다. 배우에게 요구한 것은 캐리커처처럼 표현하는 것이었다. 멀리서 풍경을 보는 듯한 그림이 아니라, 좀 만화같이 2차원적이게 말이다. 무대도 옆으로 길고 앞뒤 간격을 좁혀서 회화적인 느낌을 더했다. 만화적이지만 현실처럼, 현실 같으면서도 가상의 공간처럼 말이다.”
Q. ‘황색여관’에는 세 자매가 있어요. 큰 언니는 군복을 입고, 호루라기를 불면서 “여관 규칙이다”라고 부르짖죠. 둘째는 화려한 의상에 사치를 부리는 듯한 모습이고, 막내는 후줄근 한 차림으로 궂은일만 하죠. 하지만 막내는 곧 희망의 메시지 같더군요.
“세 자매는 여관을 움직이는 사람으로, 조건이고 법이고, 행정, 권력, 시스테인 것이다. 수미상관으로 장면이 꾸며지지만, 떠나려는 막내는 남는다는 결심을 한다. 썩어 있는 물이 것이 자정작용을 하듯이, 희망이 없고 대책이 없는 곳에 어느 샌가 스스로를 정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긍정적으로 ‘변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말이다.”
Q. 중간에 무당이 출연하는데 큰언니를 보고 놀라서 나가요. 어떤 의미가 있는 건가요.
“유일하게 나가는 사람들이 그들이다. 이곳 ‘황색여관’ 분위기를 감지하고, 나가죽더라고 밖으로 나가는 모습으로, 큰 언니의 강한 느낌을 관객들이 느낄 수 있도록 재미나게 설정한 것이다.”
Q. 그렇다면, 극 사이사이에 출연하는 땅을 파는 무리들은 어떤 의미인가요. 퍼포먼스를 하고, 꽹과리에 북에 흥겨운 가락을 내죠. 가면을 쓰고 나타내기도 하고 마술을 보여주기도 하는데, 장면 희화화나, 인물 풍자를 한 것인가요.
“극 중 잠자는 사람들을 깨우는 역할이다. 그냥 술 먹고 잘 수 있지만,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다. 공연 형식을 그렇게 한 이유는 그리스 코미디를 봤는데, 코러스가 해설도 하고 극적인 역할도 한다. 작가도 그런 코러스를 하길 바란 것이다. 연극을 재밌게 보고, 웃음을 미학적으로 풀어내 예술적으로 즐길 수 있고, 유의적 역할을 하는 것이다.”
Q. 극 중 대학생은 어떤 인물인가요. “우리 아버지는 그렇지 않아요”라고 기성세대를 두둔하는 순진한 모습을 보이고, 계속 책을 봐요. 화장실을 자주 가고, 여관을 피해 밖으로 돌아오지만, 이내 참혹한 결정을 내리고 말지요. 이는 젊은 세대를 표현한 것인가요.
“대학생은 ‘인간의 존재는 무엇인가’라는 철학 서적을 읽는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한다. 책은 깨달음을 주는 오브제지만, 역할을 주지 못한다. 즉 통하지 않는다는 것인데,
후반부에 그려진 책의 의미는 ‘지식도 죽었다’ ‘의미가 없다’라고 표현할 수 있다. 참혹한 선택을 하는 것은 강요 때문이다. 이는 상징일 수도 있는데, 그 인물이 신념을 버린다는 것이다.“
Q. ‘황색여관’에 온 투숙객들은 다 죽어요. 죽는다고 표현한 것은 결국, 사회 안에서 무엇인가 죽어간다는 상징적인 표현인가요. 여관은 단순한 여관이 아니라 사회를 나타내는 것이 맞나요.
“이강백 선생님 작품에는 한국사회를 진단한 작품이 많다. ‘황색여관’에도 계급화 돼 있다. 불평등하게 먹는 것, 주거 환경. 여성까지. 누리고 즐길 수 없는 기초적을 비유로 삼아 불평등을 비유한 것이다.”
Q. ‘황색여관’은 작품의 무게를 느낄 세도 없이 반응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사람이 죽어도 웃음이 터지는 부분이 많아요. 웃음소리가 쉴 새 없이 들리더라고요. 의아한 사람은 저와 제 지인 뿐이었어요.
“많은 관객들이 극장을 찾았다니 상상할 수 없는 반응이다. 끔찍한 이야기가 불편하고, 우리의 뒷모습을 들춰내기 때문에 이렇게 관심 가져줄지 몰랐다. 많은 사람이 웃고 즐기지만, 극장을 나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고 하더라. 다행이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