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조지 밀러 |
11일 오전 9시(현지시간)께 프랑스 칸(Canne). 전 세계 시네필(Cinephile)들을 위한 축제의 장(場)이 문을열었다. 우천을 예상했던 현지 일기예보는 다행히 빗나갔고, 새벽 3~4시께 한 두 차례 비가 쏟아진 걸 제외하면, 비교적 맑은 날씨가 이어졌다. 심지어 개막식을 한 시간가량 앞둔 오후 6시부터는 먹구름이 자욱하던 하늘마저 완전히 개면서 사방으로 햇살이 쏟아졌다. 세계 최고의 시네마 축제를 앞두고 대자연마저 관용의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제69회 칸국제영화제(11일~22일) 현장은 이른 아침부터 수백여 명의 인파들로 인해 그야말로 북새통이었다. 저마다 영화제 출입 배지를 수령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다양한 국적의 영화 기자, 영화 평론가, 영화 제작사·배급사·수입사 관계자 등이 장사진을 이뤘다. 뒤이어 오전 11시 30분께 메인 상영관인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는 칸영화제 개막작 ‘카페 소사이어티’의 주인공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1930년 대를 배경으로 영화계에 발을 들여놓으려고 헐리우드를 찾게 된 한 남자(제시 아이젠버그)의 러브스토리로, 우디 앨런 영화가 개막작에 선정된 건 ‘할리우드 엔딩’(2002), ‘미드나잇 인 파리’(2011)에 이어 세 번째다.
우디 앨런(1935년생)은 부드러운 연갈색 면바지에 회색 계통의 단정한 셔츠 차림으로 나타났다. 검은색 뿔테 안경을 쓴 백발의 노장에게 이번 칸 방문은 열 두번째인데, 경쟁부문 최고령 감독인 켄 로치 감독(1936년생) 보다 그가 한 살 위다. 앨런은 비교적 여유로운 표정으로 무수한 취재진 앞에서 말문을 열었다. “다시 한 번 칸에 오게 되어 더할 나위 없이 기쁩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이곳 분위기가 참 좋아요. 여기 있는 모두가 영화와 함께 할 수 있고, 전 세계 영화인들의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지구촌 시네필을 환영한다는 앨런의 인사말에 좌중은 열띤 박수와 함성으로 응답했다. 그런 감독의 양 옆에 서 있던 아름다운 두 여배우도 환한 미소와 함께 관중 쪽으로 손을 흔들었다. 밀착된 흰 드레스 차림의 크리스틴 스튜어드와 강렬한 레드 점프 슈트 차림의 블레이크 라이블리였다. 미녀들의 고운 손짓을 본 수백여 개의 카메라는 일제히 셔터 세례로 화답했다.
오후 3시께 칸영화제 심사위원 9명(조지 밀러, 도날드 서덜랜드, 카타윤 샤하비, 바네사 파라디, 라즐로 네메스, 매즈 미켈슨, 발레리아 골리노, 커스틴 던스트, 아르노 데스플래생)도 차례로 등장했다. 5명이 남성이고 4명이 여성으로, 국적과 성별에 관계없이 공정하게 심사하려는 영화제 측의 의지가 엿보였다. 이들 심사위원들은 총 21개 경쟁부문 작품 중 단 하나를 선정해 황금종려상을 쥐어 줄 장본인들이다. 국내 작품으로는 4년 만에 경쟁부문에 진출한 ‘아가씨’(감독 박찬욱)가 이들로부터 냉정하게 평가받는다.
특히나 각 위원들의 의견을 취합하게 될 심사위원장 조지 밀러 에게 단연 이목이 쏠렸다.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의 감독으로, 국내에서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2015)를 통해 많은 팬을 거느리게 된 그는 “우리 심사위원들은 영화를 더없이 사랑하고, 그만큼 열정적인 사람들이라는 걸 익히 안다. 면밀한 태도로 각 후보 작품들에 대해 토론하고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후 6시께 르미에르 극장 앞에선 예정된 레드카펫 행사가 한 시간 가량 성대히 진행됐고, 뒤이어 경쟁·비경쟁부문 주요 영화들이 간략히 소개됐다. 국내작으로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초청된 ‘부산행’(감독 연상호)을 시작으로, 경쟁부문에 이름을 올린 ‘아가씨’(감독
[칸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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