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연합뉴스 |
조선왕조실록을 바람과 햇볕에 말리는 포쇄(曝 日+麗) 재현행사가 21일 전북 전주시내 한옥마을의 전주사고(全州史庫)에서 열립니다.
포쇄는 한 마디로 책을 말리는 일로, 책의 습기를 제거해 충해 피해를 막음으로써 오래 보관하기 위한 것입니다.
한지로 만들어져 습기와 책벌레에 약한 고서인 조선왕조실록이 60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해진 것도 이런 선조들의 지혜와 정성 덕분입니다.
조선시대에는 봄이나 가을의 맑은 날을 택해 바람을 쐬고 햇볕에 말리는 실록 포쇄를 3년 혹은 5년마다 정기적으로 시행했습니다.
장마가 끝난 처서 즈음에 농부는 곡식을 말리고, 부녀자는 옷을 말리고, 선비는 책을 말린다는 기록도 전해집니다.
포쇄를 담당하는 포쇄별감이 춘추관에 설치됐고 포쇄 때마다 일지를 썼을 정도입니다.
포쇄는 왕실에서 사관(史官)을 파견하고 의례에 누가, 몇 명이 참여했는지와 같은 시행절차까지도 자세히 기록하도록 할 만큼 엄격하게 관리됐습니다.
올해 포쇄 재현행사는 전주시가 2013년 처음 재현한 이래 3번째입니다.
올해부터는 조선시대 기록문화 정통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3차례씩 시행됩니다.
이날 행사는 실록 포쇄 사관 행렬과 영접례(전주부윤이 한양에서 온 사관 일행을 맞이하는 의식), 기념식, 포쇄 등의 순으로 진행됩니다.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사관 일행은 예문관 서리, 청직 사령 등 10여명 정도며, 지방에서는 지방관 일행이 도와 군현의 경계에서 이들의 행렬을 맞았습니다.
포쇄는 사관이 실록을 담은 궤에서 실록을 꺼내 바람을 쐬고 햇빛에 말리는 절차와 이후 실록을 궤에 담아 사고에 다시 봉인하는 장면 등으로 진행됩니다.
고증을 통해 확인된 당시의 절차와 참석자들의 복식까지도 최대한 재현합니다.
이날 행사는 임진왜란 때 불에 탄 춘추관, 성주 등 3곳의 사고(史庫)와 달리 유일하게 조선왕조실록을 온전히 지켜낸 전주사고의 의미를 되새기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전주시 관계자는 "조선왕조실록이 최고 600년의 세월을 이겨내고 세계기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것은 포쇄라는 선조들의 지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포쇄 재현을 통해 조선왕조실록을 유일하게 지켜낸 전주의 역사 지킴이로서의 정통성과 역사성도 널리 알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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