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현지시간) 중국 충칭에서 열린 ‘코리아 브랜드&한류상품 박람회’에서 중국 여성들이 한국 아이돌 ‘블락비’의 사진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유태 기자> |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로 4시간 거리의 중국 충칭. 12월 개관을 앞둔 충칭 쇼핑센터 ‘완휘중심’의 완짠평 매니저는 20일(현지시간) ‘충칭의 코엑스’인 국제회의전람중심에서 열린 ‘코리아 브랜드&한류상품 박람회’를 찾아 서정민 본다빈치 실장부터 찾았다.
완짠평 매니저는 “한류전당(韓流殿堂)으로 구성한 완휘중심에 입점을 제안했다”며 “일단 3개월만 계약한 뒤 반응을 본 뒤 상설전시도 제안하고 싶다”고 말했다. 본다빈치는 반 고흐, 클로드 모네 등의 회화를 디지털로 변환해 화면에 움직이도록 구현하는 ‘컨버전스 아트’ 기업이다. 광저우(작년 12월) 칭따오(4월) 베이징(5월)에서 전시회를 치렀다. 본다빈치는 이날만 중국 바이어 10곳과 미팅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가 아니다. 중국 내륙도시 충칭까지 한류가 퍼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콘텐츠진흥원과 무역투자진흥공사가 주관한 이번 박람회에 한국기업 130곳이 찾았다. 21일까지 이틀간 열린 박람회에 1만5000명이 몰렸다.
인구 3300만명이 모여 사는 충칭은 중국 내 한류 거점으로 부상중이다. 중국 내 프린터 28%, 자동차 12%, 전세계 노트북 30%가 ‘메이드 인(made in) 충칭’이지만 그럼에도 ‘문화 갈증’이 심한 약점이 장점으로 전환된다.
송성각 한국콘텐츠진흥원장은 “경제성장률이 작년 11%였지만 충칭은 돈을 쓸 곳이 없고, 어디에 돈을 써야할지 모르는 도시”라며 “문화적 소비가 빈약했던 충칭으로 한국의 콘텐츠가 진출하면 중국 내륙 문화시장의 관문을 뚫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송,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영상기술 등 콘텐츠 기업이 46곳이 이날 박람회 부스를 설치해 상담을 진행했다. 서정민 본다빈치 실장은 “한 영화 제작 기업은 회화를 디지털화하는 콘텐츠 협력을 약속하며 중국법인을 만들 생각이 없느냐고 물어왔다”고 “국가 간 콘텐츠 융합이 뜨겁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업과의 상담건수만 1385건으로 집계됐다. 당장 협력 양해각서(MOU)를 맺거나 계약을 체결한 경우도 18건이었다.
김락균 콘텐츠진흥원 글로벌사업본부장은 “한국이 과거 일본의 콘텐츠를 부러워했듯, 중국 내에선 이제 한국 콘텐츠가 그 대상이 되었다”고 평했다.
첫째날에만 하루새 8000명이 몰란 이날 행사장에선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유시진 대위’를 배경으로 포토존에 중국 여성들이 줄지어 사진을 찍으려는 모습도 관측됐다.
행사장을 찾은 충칭시 서남정법대학 4학년생 이영 씨는 “충칭은 중년 여성까지도 방송을 거의 실시간으로 볼 만큼 ‘태후’를 보지 않은 이가 없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이후 충칭시에 ‘치맥 호프’가 충칭시에 생겼는데‘태후’는 ‘별그대’보다 인기가 다섯 배쯤 많다”고도 덧붙였다.
올해 안에 콘텐츠진흥원은 충칭시에 가칭 한류전진기지 컬쳐밸리복합몰(CVC)을 개소할 에정이다. 충칭시 측은 건립부지 후보를 제안하며 ‘3년 무상임대’란 파격적 조건까지 제시했다. 그 대신 K팝 공연장, 한류체험공간, 예식, 화장품 업체 등을 한국산으로 채워달라고 요청했다.
송성각 원장은 “중국 내 한류의 확산에 이제 ‘공짜는 없다’는 원칙을 정립해야 할 때”라며 “한류 확산의 자존심이 충칭 진출의 성공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진흥원은 전진기지 격으로 충칭에 사무소까지 개소했다. 청평 충칭문화산업투자그룹 부총재는 “중국 서역개발의 최대 거점도시인 충칭과 한국의 협력을 기대한다”
한편 충칭에 한국 아이돌그룹이 온다는 소식이 충칭 시내는 들썩였다. 아이돌가수 ‘블락비’를 보려 박람회장에 충칭의 젊은 여성 팬 4000여명이 몰렸다. 또 ‘중국의 전지현’으로 불리며 중화권 톱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추자현 씨도 행사장을 찾았다.
[충칭(중국) =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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