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한국영화계의 화두는 ‘권선징악’이었다. 1000만 영화 ‘암살’과 ‘베테랑’, 청불영화(청소년관람불가) 최대 흥행작인 ‘내부자들’이 단적인 예다. 독립군 세력이 친일 세력을 응징한다는 ‘암살’, 일개 형사가 부패한 재벌 3세를 혼쭐낸다는 ‘베테랑’, 한물 간 조폭과 빽없는 검사가 정치·경제·언론 카르텔을 깨부순다는 ‘내부자들’은 ‘선’이 ‘악’을 멸한다는 명쾌한 스토리로 인기를 끌었다.
그럼 올해는 어떨까. 2016년 한국영화계의 화두는 ‘권선징악’에서 ‘부성애’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부성애’ 중에서도 영웅적이고 강한 느낌과는 거리가 먼 ‘딸바보’ ‘딸바라기’ 아빠들의 향연이다. 상반기 개봉한 부성애 영화 세 편과 하반기 개봉을 앞둔 관련 영화 한 편을 순차적으로 짚어봤다.
“미친 소리 같겠지만, 이 녀석이 제 딸을 찾아 줄 것 같습니다.” 1월 개봉한 ‘로봇, 소리’는 딸바보 아빠의 전형을 보여주는 2016년 첫 부성애 영화였다. 2003년 대구, 불의의 지하철 참사로 해관(이성민)의 딸 유주(채수빈)가 실종되고, 해관은 딸의 죽음을 인정하지 못해 10년 간 전국을 떠돌아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세상의 모든 소리를 기억하는 로롯인 소리(심은경)가 그의 앞에 나타나고, 해관은 목소리 하나 만으로 위치 추적이 가능한 소리의 능력으로 딸을 흔적을 더듬는다.
5월 개봉해 올 봄 최대 흥행작이 된 ‘곡성’도 극진한 딸바라기 아빠를 전면에 내세우며 부성애 코드를 활용한다. 경찰 종구(곽도원)와 그의 딸 효진(김환희)의 관계를 통해서다. 무속인 일광(황정민)을 불러 굿판을 벌려도 효진의 두드러기 증세와 극도의 공격성은 회복되지 않는다. 다급해진 종구는 이 모든 문제의 원흉으로 외지인(쿠니무라 준)을 의심하고, 동료들을 모아 험준한 산자락에 있는 그의 거처를 찾아간다. 낌새를 눈치 챈 외지인은 동료들이 들이닥치자 재빨리 달아나고, 무리는 그런 그를 맹렬히 추격하지만 결국 막다른 절벽에서 놓쳐버린다. 종구는 이성을 잃고 포효한다. “우리 효진이. 효진이 살려야 디여. 그 새끼 꼭 잡아야 디여.” 파국적 결말로 이어진 막바지 대사도 종구의 절절한 부성애를 잘 담아낸다. “괜찮애, 우리 효진이 아빠 경찰인거 알제? 아빠가 다 해결할껴, 아빠가….”
지난 16일 개봉한 ‘특별수사: 사형수의 편지’도 마찬가지다. 영화는 택시기사 권순태(김상호)와 그의 딸 권동현(김향기)이 택시 안에 앉아 있는 신에서 출발한다. 딸을 바라보는 아빠의 표정은 영락없는 딸바보의 전형이고, 그런 아빠를 바라보는 동현의 표정 또한 퍽 사랑스럽다. 하지만 평화롭던 분위기는 금새 깨져버린다. 갑작스레 형사들이 들이닥치더니 순태를 살인범으로 지목하며 체포한다. 억울한 옥살이에 분노하던 순태는 딸을 보고 싶은 마음에 매일 밤 눈물로 지새운다. 전 형사 출신인 최필재(김명민)의 도움으로 그 누명을 벗고 딸과 재회한다는 스토리엔 진한 부성애가 바탕 정서에 깔려 있다.
올 여름 최대 기대작인 ‘부산행’(7월 20일 개봉)도 극한의 상황에서 딸을 지켜내려는 아버지의 고투를 담은 부성애 영화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국으로 확산된 대한민국. 이같은 사실을 모르는 펀드매니저 석우(공유)는 딸 수안(김수안)과 함께 아내를 만나기 위한 부산행 KTX에 몸을 싣는데, 의문의 감염자가 열차 안에 들이닥친다. 움직이는 열차는 이내 감염자들로 넘쳐나게 되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딸을 보호하기 위해 헌신하는 석우의 모습이 뭉클한 감동을 일으킨다.
이정도면 올해 충무로는 부성애 코드를 주된 흥행카드로 간주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다만 너무 빈번하게 다뤄지고 있어 쉽게 진부해질 여지도 크다. 정지욱 영화평론가는 “자식에 대한 어머니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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