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총 다섯 작품이다. 한 번쯤 이름은 들어봤을 그의 대표작들로 엄선됐다. 관음증 호러의 교본 ‘이창’(1954), 근원적 공포를 다룬 ‘현기증’(1958), 스릴러 영화의 효시 ‘싸이코’(1960), 새를 통해 공포를 시각화한 ‘새’(1963)가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국내 최초 상영된다. 히치콕의 육성을 직접 들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 ‘히치콕 트뤼포’(감독 켄트 존스)도 8월 25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프리미어 상영으로 먼저 관객들을 만난다.
앞선 네 작품(‘이창’ ‘현기증’ ‘싸이코’ ‘새’)의 교집합이라면 히치콕의 영화적 상상력이 절정일 무렵 만들어진, 영화사 최고의 걸작들이라는 것이다. 우선 네 작품 중 시기상으로 가장 앞에 놓인 ‘이창’은 영화 보는 일, 더 나아가 훔쳐보는 일 전반에 대한 윤리적인 물음을 던진다. 영화는 은밀한 위치에서 타인의 사생활을 훔쳐보는 욕구 안에 담긴 비도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한편으로 이 행위가 가진 윤리성을 동전의 양면처럼 제시한다. 극 중 제프의 훔쳐보기 행위가 이웃 여성의 자살을 막고, 살인 사건의 용의자를 밝혀내는 모습을 통해 관음의 행위 안에 담지된 실천성까지 고찰한다.
‘현기증’은 영국영화협회가 발간하는 영화 전문지 ‘사이트 앤드 사운드’가 2012년 전세계 846명의 영화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화 조사에서 오슨 웰스의 ‘시민 케인’(1941)을 누르고 1위에 선정된 영화다. (오슨 웰스가 만 24세에 연출한 ‘시민 케인’은 1962년부터 2012년까지 50년 간 1위 자리를 지킨 영화사 최고 걸작이다) 소설 ‘죽은 자들 사이에서’를 원작으로 한 ‘현기증’은 2차 대전과 전후 프랑스라는 원작의 시공간을 50년대 샌프란시스코로 바꾸며 몇 가지 변형을 가한다. 살인에 얽힌 음모가 맨 마지막에 드러나는 원작과 달리 주디의 독백과 회상을 넣어 주인공이 모르던 사실을 관객에게 미리 알려준다. 히치콕은 이를 단순한 놀라움과 구분되는 ‘서스펜스’로 명명한다. 영화에서 주디의 음모를 미리 알게 된 관객은 막연한 궁금함을 넘어 스코티가 그 사실을 알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스코티와 주디의 사랑은 어떻게 될 것인지 가슴 졸이며 지켜보게 된다.
‘현기증’에 이어 ‘싸이코’는 히치콕 영화 중 가장 큰 상업적 성공을 거둔 영화다. 영화 중반부 샤워하는 여주인공의 욕실 피살 장면은 영화사상 가장 소름끼치는 명장면으로 손꼽힌다. 재빠른 편집으로 관객의 심리적 충격을 높이면서 당대의 검열 기준까지 교묘히 피해간 담대한 표현력을 선보인다. 히치콕은 ‘이창’과 ‘새’와 마찬가지로 ‘현기증’을 통해 관객을 관음증의 세계로 끌어들이는데, 관객이 관음의 대상이 벌이는 범죄에 동참하게 만들면서 시선의 권력성과 그 안의 비윤리성을 폭로해낸다.
젊고 부유한 여성이 의문의 새떼들의 공격을 받으면서 시작되는 ‘새’도 주목할 만하다. 원인 불명의 대자연의 습격과 인물들 간 조성되는 긴장감을 잘 묘사하고 있다. 오로지 순수 새소리 효과 만으로(다른 음악이 등장하지 않는다) 음습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히치콕의 기교가 돋보이는 영화다. 새에서 비롯한 재앙의 원인을 모호하게 처리해 작품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해석의 실마리 또한 제공한다. 하지만 이 1963년작은 미국에서는 혹독한 평가와 함께 500만달러를 벌어들이며 그해 미국 영화 수입의 20위권에 머물러야 했다.
‘히치콕 트뤼포’도 놓치긴 아까운 영화다. 트뤼포는 1960년대 프랑스 누벨바그를 이끈 ‘카이에 뒤 시네마’의 비평가이자 영화 감독(‘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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