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뮤지컬 배우 에녹에게는 다양한 얼굴이 있다. 흔히 ‘이 역할은 이 배우가 딱이야’라고 떠오를 수 있지만, 에녹은 오히려 ‘역할에 맞게 달라지는’ 느낌이 강하다. 뮤지컬이나 연극을 하면서는 이미지가 고착될 수 있지만, 에녹에게는 그런 면이 느껴지지 않는 다는 것이다. ‘브로드웨이 42번가’ 빌리 로러로의 모습을 보면 최근 올랐던 ‘보도지침’의 돈결의 모습은 조금도 찾을 수 없는 듯 말이다.
“이미지를 갖고 변화된 면을 내보이는 게 평소 제 이미지인 것 같아요. 한편으로 감사하면서 아쉽기도 하죠. 이 배역에 딱! 어울리는 배우가 있잖아요, 아이덴티티 정해지고. 그 이미지로 다른 것도 할 수 있고, 어필할 수 있기도 한 거 같아요. 저는 아이덴티티 게을리 한 게 아닌가, 여러 배역을 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죠(웃음).”
그도 그럴 것이 에녹은 대극장, 소극장, 라이선스, 창작, 뮤지컬과 연극 등을 자유자재로 넘나든다. 또, 작품을 통해 도전하고 쉬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탭댄스를 연마한 것도 마찬가지다.
작품을 통해 도전을 감행하는 에녹. 작품을 할 때마다 만족감이 뒤따를 거 같은 그에게도 후회되는 순간도 있을까.
“공연 중에서 몸 관리를 제대로 못하는 거예요. 정말 그럴 때는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어요.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관객들 앞에 설 때 창피하고 속상해요. ‘스칼렛 핌퍼넬’을 할 때 목감기고 오고 알레르기가 심해져서, 결국 몇 번 공연을 못한 적이 있어요. 다시 오르고 싶을 정도로 아쉬운 마음이 커요.”
후회되는 순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한가득 표정에서 드러나지만, ‘만족스러운 순간’에 대해서는 표정에서 꽃이 핀다.
“아마 자신 모습에 만족하는 배우는 없을 거예요. 매순간이 아쉽죠. 그래도, 공연 끝나고 관객들이 인사를 건네주거나, 만족감을 드러내주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어요.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롤모델로 절 꼽았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어떤 분야에서 ‘잘 가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더라고요. 결국에는 박수쳐주는 관객들의 모습에서 만족을 느끼고, 자부심도 들더라고요. 관객들을 행복하게 하고, 정서적으로 만족을 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요. 이 공연이 누구에게는 특별한 기억이 될 테니까요.”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탭댄스까지 도전을 완벽히 해낸 에녹. 무대 위 빈틈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연습한 흔적이 여실히 드러났고, 완벽주의자 냄새가 풍겼다. 앞으로 또 도전하고 싶은 분야는 없을까.
“예전에는 막연하게 ‘내 책 영화나 앨범이 있었으면’ 이라는 생각을 했지만 쉬운 영역이 아니라고 판단했어요. 나이가 들면서 내 영역에서 잘하는 배우가 된다면, 연륜과 나만의 노하우를 담은 책을 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서전이 아닌 연극 뮤지컬 분야에 대해 담고 싶은 소망이죠.”
자신을 나타내는 키워드에 대해 에녹은 고민하는데 이어 “되고 싶은 키워드는 있어요. 성실, 저만의 아이덴티티, 사랑 행복인데, 성실은, 제가 천재가 아니라 노력해서 얻을 수 있는 게 있어서 놓치고 싶지도 않아서예요. 예전에는 제 것과 작품에 대해서만 보였는데 요즘에는 주변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소중해지더라고요.”라고 답했다. 그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 에녹은 매우 소소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았고, 행복을 느끼게 하는 ‘관계’를 귀중하게 여기고 있었다.
“정확히 행복을 뭐라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저는 감사함이 커질 때 기쁨도 행복함도 커지더라고요. 그래서 예전에는 사인 해드릴 때도 ‘감사가 넘치는 삶 되세요’ 라고 적었어요. 제가 최근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들을 떠올려보면 밤늦게 부모님과 소소한 얘기 나눌 때, 조카들이 삼촌이라고 불러줄 때, 동료들과 집중해서 연습할 때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