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한 감독<이충우기자> |
올여름 '빅4' 영화 중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평론가와 일반 관객 간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며 논란의 복판에 서야 했던 작품. '시대를 역행한 작전' '2016년판 똘이장군' 등 평단의 잇단 혹평으로 출발했지만, 그럼에도 제 나름 손익분기점(470만명)을 넘긴 이 영화를 우리는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한 영화일까, 실패한 영화일까. 연출자는 과연 그런 제 영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을까.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찻집에서 이재한 감독(45)을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영화를 영화로 보지 않고 이념이라는 잣대로 색안경을 쓰고 보는 분들이 많아 매우 괴로웠습니다." 인터뷰 초반, 다소 긴장한 눈빛이던 그는 그동안 심정을 묻자 이내 경계를 풀더니 "슬픈 날들의 연속이었다"며 이같이 털어놨다. 언론시사회(7월 20일) 이후 쏟아진 혹평과 일부 평론가들의 조롱 섞인 '평점 테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원래 전문가 평점과 일반 네티즌 반응 같은 건 주의 깊게 살펴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꽤 많은 참고를 하게 될 것 같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감독은 "선입견이야말로 영화의 진정한 몰입을 저해하는 것 같다"고 했다. "이념적 편향없이 극장을 찾을 때라야 영화 안에 담긴 메시지를 잘 전달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워싱턴 한국전쟁 기념공원 비석의 한 글귀를 인용하며 '인천상륙작전'은 "현(現) 세대의 풍요로운 삶을 위해 희생한 전(前) 세대분들께 헌사한다는 의미가 담긴 영화"라고 강조했다. "잊지 말아야 할 선조들의 업적과 그 분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되새겨보자는 게 잘못된 건 아니잖아요?"
'인천상륙작전'의 출발은 '빅4' 영화 중 최악이었다. 전문가 평점은 10점 만점에 3.41점(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을 통틀어 가장 낮았다. 170억가량 들인 대형 블록버스터를 두고 '흥행 실패'를 점치는 목소리가 개봉 전부터 대두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20·30세대들이 '인천상륙작전'의 초기 흥행을 견인하면서 현재까지 무리없이 순항 중이다.
이 감독은 "너무나도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라고 했다. 특히 나 한 네티즌이 올린 한줄 평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지금의 자유와 평화를 누리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해준 영화'라는 내용이었어요. 창작자는 작품으로 말하는 사람이잖아요. 관객과 소통 잘 이뤄진 거 같아 고무적이에요. 젊은 세대들이 제 영화를 기반으로 이 비극의 역사를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영화의 흥행을 떠나 이 감독은 '인천상륙작전'의 완성도에 만족하고 있을까. 맥아더(리암 니슨)의 잔뜩 힘 준 대사들의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은 어떻게 생각할까. 이 얘기를 꺼냈더니 그는 오히려 차분하게 반문했다. "과연 그 당시 상황에서 일상 어법응로 대화한다는 게 가능했을까요?" 그러면서 "맥아더의 대사는 철저히 팩트에 기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표현으로는 'lager than life'라고 해요. 일상의 보편적인 대화법이 아닌 굉장히 '크게 이야기'할 때 쓰는 말이죠. 맥아더를 띄워주려는 게 아니에요. 제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맥아더의 말투는 실제로도 그랬다고 해요. 이 때문에 주변에서 빈축을 많이 샀고 적을 많이 뒀다고도 하고요."
림계진(이범수)으로 대변되는 북한군의 지나친 악마화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는 "선명한 선악 대결구도로 간 게 좀 더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본다"며 옹호했다. "처음에는 (림계진)을 좀 더 지적이고, 자기 감정을 잘 감추는 인물로 설정했어요. 이범수씨는 반대로 좀 더 확실하고 선명한 악으로 가져가길 바라더군요. 결과적으로 원안대로 갔다면 두 시간 짜리 영화가 평이하고 플랫하게 변질됐을 거에요. 범수씨가 굉장히 폭발력있는 연기로 극을 주도해나갔다고 봐요."
전쟁영화 감독이기 전에 멜로영화 감독이었던 사람. 뉴욕대 영화학과를 졸업해 2004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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