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가 살아남으려면 지금처럼은 안 된다. 기복적인 것을 벗어나 자기변화를 일으키고 삶의 질을 바꾸는 수행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0년 내 존립이 어렵다.” (조계종 포교원장 지홍스님)
“불교가 지금처럼 안일하게 포교한다면 유교처럼 되지 않겠는가. 출가자도 줄고, 교단이 없으면 불교는 역사적 유물이 될 수 밖에 없다.” (해인사 주지 향적 스님)
‘이대로는 미래가 없다’는 위기감이 불교계 내부를 휘감고 있다. 지난달 말 페이스북을 통해 ‘돈 중심의 기복 신앙’을 강하게 질타했던 현각 스님의 발언으로 촉발된 불교계 위기론이 최근 출가자와 신도수 감소와 맞물려 더욱 확산되고 있다.
불교계 위기는 가깝게는 4년 전 승려들의 도박 동영상 파문이 있었다. 역사적으로는 조선시대 숭유억불 정책으로 산중불교로 밀려난 데 이어 일제강점기에는 대처승이 양산되며 왜색불교가 기승을 부렸다. 지난 위기들이 외부의 정치적인 탄압과 승려들의 규율이 문제가 됐다면 지금의 위기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보다 총체적이고 본질적인 위기라는 점에서 다르다. 저출산과 고령화, 독신 가구 증가라는 시대의 변화와 함께 자본주의의 한 속성인 양극화마저 불교계를 뒤흔들고 있는 모양새다. 더구나 ‘마지막 보루’였던 신도 수까지 급감할 기미가 보이자 조계종 내부가 체감하는 충격과 위기감이 상당하다.
우선 종단을 지탱해야 할 출가자 감소가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15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000년에만 해도 528명이 머리를 깎고 행자 생활을 했지만 작년에는 이 숫자가 205명으로 줄었고, 올해는 200명 선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 상반기 행자를 마친 예비승려 숫자는 98명이었고 이 가운데 여성은 30~40명에 불과했다. 승려가 줄면 신도도 줄어든다. 통계청은 최근 10년 만에 종교인구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결과를 10월 중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불교계 일각에서는 “법회 참여 인원이나 본사 사찰 신도수를 살펴보면 신자 수 감소는 불 보듯 뻔하다”고 예상했다. 2005년 발표 당시 불교 인구는 한국인의 23%를 차지하며 종교 1위를 기록했지만 당시도 신자 수는 정체 수준이었다. 이번 신자 수 감소세가 확인될 경우 조사 이후 처음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불자들의 연령층을 따져 보면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조계종 포교원 연구실장 원철 스님은 “20대와 30대 신도들이 급감하고 있다. 사찰 신도의 중심이 5060대로 고령화됐다”고 지적했다. 출가자 역시 2030대 젊은이들보다는 40대 중년 출가가 대세를 이룬 지가 이미 수년 전이다.
이러다 보니 사찰 운영에 필요한 인력도 부족한 상황이다. 해인사에서 첫 청년캠프를 기획한 향적 스님은 “해인사만 해도 여건이 안 좋은 말사(본사에 소속된 작은 사찰)는 주지로 나가지 않으려 한다. 한국에 많은 절들이 문을 닫아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3월 포교원장에 취임한 지홍 스님은 서울 잠실에 불광사를 키우고 도심포교의 장을 연 스님이다. 그는 취임 5개월만인 지난 17일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불교를 비롯한 모든 종교가 기복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며 “불교의 경우 부처님께서 계시던 시절 ‘보살행’의 불교 수행 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 신앙과 실천이 중심이 된 신행(信行)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자들이 수행을 통해 지혜를 닦고 그 결과를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는 얘기다. 기복신앙화를 비판한 현각 스님 발언에 대해서도 “현각 스님이 공개적으로, 더 책임 있는 말을 해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기복종교 비판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말했다. 조계종 종단
최근 한국신종교사전을 편찬한 김홍철 원광대 명예교수는 “조직에 얽매이기 싫어하고 집회 참여나 일방적인 설교를 따분해하는 젊은층들이 많아져 기성 종교가 큰 도전을 받을 것이다. 생활과 건강과 관련한 새로운 종교 형태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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