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이 다시 한번 기록 도전에 나선다. 수화 김환기(1913~1974)다. 지난해 10월부터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네 차례나 갈아치운 그가 27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서 다시 한번 최고가 기록에 도전한다. 서울옥션은 11일 “김환기의 1970년 점화(點畵)가 추정가 45억원에서 58억원 사이에 출품된다”며 “이 작품은 노란색으로 아주 희귀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김환기 최고가이자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는 지난 9월 K옥션 국내 가을 경매에서 기록한 54억원이다. 김환기는 지난해 10월 박수근의 ‘빨래터’를 꺾으며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 비싼 작가로 올라섰다. 그 뒤에도 올해 4월, 5월, 6월에 잇따라 기록 경신을 이어가며 ‘환기 시대’를 열었다.
이번에 나온 작품(12-V-70 #172) 역시 뉴욕에서 그린, 그의 말년 대표작으로 높이가 2m를 훌쩍 넘는 대작(大作)이다. 150호 크기다. 금성출판사에서 발행한 ‘한국미술대표작가 100인 선집’에 표지를 장식한 작품이기도 하다. 노란색 점화는 김환기의 대표적인 푸른색 계열의 점화와 뚜렷하게 차별화돼 얼마나 경합이 이뤄질 지 주목된다. 일단 작품 연대와 크기, 색에서 큰 관심을 모을 전망이다.
김환기 작품 외에도 27일 경매에는 총 123점의 작품이 쏟아져 나와 관심을 끈다. 낮은 추정가 기준으로 250억원 규모라 결과에 따라 한국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이번 경매 규모는 2008년 1회(430억원)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백남준과 제프쿤스, 야요이 쿠사마 등의 작품도 눈길을 끈다.
일본에서 유학하고 파리 시대까지 구상을 그리던 김환기는 상파울로비엔날레에 참석 한 뒤 고국에 돌아오지 않고 뉴욕에서 예술혼을 불태웠다. 그 때가 환갑의 나이였다. 그만의 독특한 추상회화인 점화가 탄생한데는 뉴욕 거리 보도블럭의 영향을 받았다는 설이 있다.
그 점들이 모여 선이 되고, 선이 색면이 되면서 세련된 색감과 독특한 예술적 경지를 이뤘다는 평가다.
이번에도 김환기가 최고가를 경신할 경우 국내 미술품 경매 기록 1위부터 5위까지 김환기 작품이 싹쓸이하게 된다. 현재까지 1위부터 4위까지가 김환기 말년 점화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5위가 박수근의 ‘빨래터’다.
김환기는 2012년 이후 낙찰총액에서 이우환을 제치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거장으로 우뚝 섰다. 한국미술시가
단색화 열풍과 함께 재조명이 활발한 점, 유족들의 철저한 작품 관리로 위작 논란이 없다는 점도 그의 굳건한 인기를 떠받쳐주고 있다.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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