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다리를 걸쳐도 미워할 수 없는 ‘공블리(공효진 러블리의 준말)’, 사랑스러운 로코의 여왕은 이제 없다. 23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36)은 작별인사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두껍게 눈썹을 그리고 얼굴에는 수 십개의 점을 찍었다. 특유의 눈빛을 위해 3개월 간 지방과 서울을 오가며 연장시술을 받아 긴 속눈썹을 만들었다. 한 여름에 허리까지 오는 풍성한 가발도 썼다. 거기에 중국어와 중국인 특유의 한국어 발음까지 더하니 영락없이 중국인 보모 ‘한매’였다. “변장이죠. 분장이 아니라 변장. 변신 수준이 아니에요.”
‘미씽: 사라진 여자’는 보기 드문, 두 여배우가 이끌어가는 영화다. 공효진, 엄지원, 이언희 감독, 세 여성이 모여 모성애를 다뤘다. 남편과 이혼 후 아이의 양육과 생계를 홀로 책임져야 하는 워킹맘이자 싱글맘 지선(엄지원) 그런 지선을 대신해 아이를 친자식처럼 돌보다 아이와 함께 사라진 보모 한매(공효진)가 주인공이다. 어느 날 갑자기 한매가 아이와 함께 실종되고, 이들을 찾아 홀로 헤매는 지선의 피 말리는 5일간의 여정이 영화의 큰 줄기다.
각각 한매와 지선을 맡은 두 여배우는 서로 정반대의 연기를 선보인다. 지선 역의 엄지원이 딸을 잃은 엄마의 긴박함과 간절함을 직선적으로 폭발시킨다면, 사라진 한매는 지선의 회상 속에서 주변사람들의 증언 속에서 단편적으로 등장한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한매 역의 공효진은 마치 장면마다 전혀 다른 인물을 연기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떨 때는 무섭게, 어떨 때는 순수하게, 어떨 때는 처연하게. 씬 마다 다르게 보이도록 연기했죠. 지선과 달리 하나의 감정선을 가지지 않는 캐릭터죠. 저 역시 관객들이 한매에게 공감하기 보다는 매 번 뒤통수 맞았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무엇보다 아이를 찾는 엄마 지선(엄지원)과의 연기호흡을 가장 중시 했다. “딸을 찾는 ‘지선’의 감정이 고루하고 지루하지 않으려면 두 캐릭터 간의 템포조절이 중요했죠. 지선이 정적이면 한매는 동적으로, 반대로 한매가 동적일 때는 지선이 정적으로 가는거죠. 촬영 내내 서로 계속 서로의 다음 연기에 관해 대화를 나눴어요.”
세 여성이 모였는데 공교롭게도 모두 아이가 없단다. 공효진은 미혼인 자신의 연기로 모성애를 온전히 표현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고개를 저었다. “진짜 엄마가 되보기 전에는 모성애가 무엇인지 공감한다고 섣불리 말하지 못하겠어요. 엄마가 된다는 건 신세계라 하잖아요. 사실 두려워요, 저 자신보다 귀한 존재가 생긴다니.”
TV에서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캐릭터로 꽃 길을 걸어왔지만 영화에서는 정반대다. 영화 속 공효진의 ‘그녀’들은 언제나 어렵고 편치 않은 길을 걷는다. 조금만 부끄러우면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는 촌스런 ‘미쓰 홍당무’, 두번의 이혼 후 세 번째 결혼을 앞둔 ‘고령화 가족’의 뻔뻔한 딸 등 개성 강한 영화에 독특한 캐릭터를 연기해 왔다. “의도한건 아니에요. 하지만 드라마에서 ‘공블리’로 에너지를 소진하고 나면 제 안에서 다른 톤의 연기가 올라와요. 해소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요. 또 드라마에서 모두가 좋아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하고나면 영화에서는 좀 더 용감한 결정을 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런 그녀가 작정하고 고른 게 ‘미씽’이다. “남들은 하나로 1000만인데 저는 다 합
[김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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