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우(1916-1984)의 공덕을 한마디로 말하자면 옛날에는 고물(古物)이나 골동품에 불과했던 민예품을 고미술, 혹은 문화재로 격상시켰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 천재의 눈이 만인의 눈을 대신한다는 말이 있지요. 안목이 제일 높았던 그의 눈으로 조선 공예품이 예술의 경지에 오를 수 있었어요.” (김형국 가나문화재단 이사장)
“1975년 당시 최순우 국립중앙박물관장이 한국민예예술대전을 박물관에서 연 것은 혁명적인 일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박물관 전시는 고려청자나 조선백자만 하는 줄 알았지요. 서민들이 쓰던 공예품을 전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었지요.” (박영규 용인대 명예교수)
올해는 명저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서서’로 유명한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이 탄생한지 100년 되는 해다. 이를 기념한 대규모 ‘조선 공예의 아름다움’전이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열린다. 특히 이번 전시는 1975년에 열렸던 한국민예예술대전을 발전적으로 확대계승했다고 주최측인 가나문화재단은 밝혔다.
개성에서 태어나 고졸 출신으로 국립중앙박물관장을 역임한 최순우 선생은 당시 온갖 반발 속에서도 조선 공예품을 일컫는 ‘민예품’ 전시를 밀어붙였다. 해방 30주년을 맞은 민족 미술사학자의 일대 거사였다. 화가나 개인 소장자 몇 명만 조선 공예의 가치를 알고 교감하던 때였다. 결국 이 전시로 인해 조선 공예품에 대한 인식과 안목이 깨어나면서 민화와 함께 민예품 애호 인구가 크게 늘었다.
이번 전시에는 개인 소장자들이 갖고 있는 조선시대 공예품 463종(656점)이 쏟아져 나온다. 박물관 소장품은 배제했다. 특히 서민들이 쓰던 소박한 공예품들은 상당수가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여기에 사대부들이 쓰던 조형미가 뛰어난 18~19세기 수준급 공예품들도 눈길을 휘어잡는다. 가장 이른 시기 작품은 16세기에 제작된 ‘나전모란당초문상자’며 1975년에 전시됐던 18세기 공예품인 ‘화각장생문함’도 전시된다. 종이두루마리 3~4개를 꽂아 두는 ‘죽제지통’과 네모난 손화로인 ‘철제은입사손화로’도 눈길을 끈다. 주전자나 옹기, 촛대, 제등, 항아리 등 전시장에 나온 것은 일상생활과 밀접한 실용품이었다. 전시 구성 역시 사랑방과 규방, 주방 등 생활 공간으로 나뉘었다. 정양모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혜곡 최순우 선생은 쓸데없는 장식과 채색을 군더더기라고 하였다. 이왕이면 예쁘게 만들려고 하지만 뽐내
전시에 맞춰 각 분야별 전문가들의 글과 도판 해설이 들어간 도록도 발간된다. 전시는 15일 개막해 내년 2월 5일까지. (02)720-1020
[이향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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