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뮤지컬 `봄을 그대에게` [사진 제공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
전국을 엄습하는 역병에 휑뎅그렁해진 대학로지만 따뜻하게 다가온 한 줄기 미풍에 잠시나마 충만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취소가 이어지는데도 꿋꿋이 계속하는 뮤지컬 '봄을 그대에게' 덕분이었다.
'이 시국에 무슨 공연이냐'는 비난은 피상적이다. 이로써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공연중단'은 사형선고다. 이번에 상연하지 못하면 영영 빛을 못 보는 작품들도 있다. 그리고 마스크를 쓸 수도, 재택근무를 할 수도 없는 배우들이야말로 가장 감염에 취약하다. 매일 위험을 무릅쓰고 무대에 오르는 이들의 모습엔 숭고미마저 느껴진다.
작품은 1987년 봄여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시를 좋아했던 문학소년 '명하'가 고교 시절 첫사랑 '수인'을 좇아 대학 연극반에 들어간 뒤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는 과정을 그렸다. 4·13 호헌조치, 6·10 민주항쟁 등 당대 사건들을 충실하게 다뤘음에도 매혹적이었던 건 오히려 미학이다. 주제를 강변하기보다도 서정적 전달에 주력해 당대인이 아닌 기자마저도 공감케한다.
특히 극 중 연극을 현실과 병치시키는 구조가 인상적이다. 연인을 구하려 모자를 바꿔 쓰는 장면은 명하가 수인을 대신해 모자를 쓰며 똑같이 재현한다. 연극에서 배신자를 연기했던 '윤식'은 현실에서도 배신자다. 처음엔 연기였던 연인의 이별 장면은 말미의 똑같은 상황에서 똑같은 대사로 현실이 된다. 작품은 예술과 현실의 경계에 대해 계속 묻는다. 극중극과 극의 연결 고리를 포착한 관객은 이내 극과 자신이 있는 곳과의 이음매도 주목하게 된다.
100분이라는 짧은 상연시간 탓에 서사가 성긴 건 옥의 티다. 그럼에도 따스한 넘버와 라이브
[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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