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심은경. [사진 제공 = 매니지먼트AND] |
↑ 배우 심은경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받은 후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제공 = 일본 아카데미 시상식] |
↑ 심은경은 영화 `신문기자` 속 열연으로 올해 일본 아카데미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사진 제공 = 더쿱] |
이제는 출연·제작진이 함께하는 관객과의 만남에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조성할 정도로 완벽히 적응했다. 지난 해 4월 말엔 연기 인생 처음으로 연극무대에 오르기도 했다. 컷이 없는 연극은 외국인 연기자가 소화하기에 영화보다 어려운 분야다.
"톰 스토파드 극, 앙드레 프레빈 작곡의 음악극인 '에브리 굿 보이 디저브스 페이버'(Every good boy deserves favor)라는 연극에 '사샤'라는 9살 소년 역으로 출연했습니다. 일본의 연기파 배우 분들과 함께 무대에 오르는 아주 큰 기회였습니다. 1300석 정도 되는 큰 무대에서 연기를 펼쳐야 했기에 연습할 때부터 마지막 공연 날까지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특히 영화 '신문기자' 나 '블루아워' 가 공개되기 전에 일본 관객 분들 앞에 처음으로 제 연기를 선보였던 무대였기 때문에 공연마다 정말 최선을 다해서 연기했습니다."
그는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일본영화에 끌렸다. 명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를 본 후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제 연기에 많은 영향을 준 영화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굉장히 섬세하고 슬픈 영화였습니다. 해당 영화로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최연소 수상한 야기라 유야 배우님의 눈빛에 압도된 기억이 있습니다."
↑ 그가 연기한 요시오카 에리카는 외압에도 끝까지 진실을 추적하는 신문기자다. [사진 제공 = 더쿱] |
"영화는 인간군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매체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면에서 요시오카 에리카는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시종일관 진지했고, 자신의 힘으로 어려움을 부딪혀나간 인물이었습니다. 그 굵직한 면모가 요시오카 에리카라는 캐릭터의 힘이라고 생각됐네요. 그리고 그런 요시오카를 통해서 보이는 저널리즘에 관한 물음, '우리는 어떤 식으로 언론을 통해 보고 듣는가' 에 대한 성찰이 느껴졌던 대본이었습니다."
신문기자로 변신하기 위해 신문사 견학을 하며 기자들의 특징을 잡았다. 거북목으로 일하는 게 인상 깊어 연기에 적용했다고 한다. "취재할 때 수첩을 사용해 메모하거나, 습관적으로 손 소독제를 사용하는 부분은 제 나름대로 만든 요시오카 에리카만의 습관이에요."
현재 26살로 배우계에서 어린 축에 속하지만 연기 경력은 15년이 넘었다. 2004년 드라마 '결혼하고 싶은 여자'와 영화 '도마 안중근'으로 데뷔했다. 이후 코미디 장르 '수상한 그녀', 독립영화 '걷기왕', 좀비물 '부산행' 등 장르와 영화 규모, 배역의 비중을 가리지 않고 폭 넓게 출연해왔다. 심은경은 "영화를 선택하는 기준은 매번 다르다"고 했다.
"최근에는 인물의 주체성을 많이 보게 됩니다. 내가 연기할 인물이 이 작품 안에서 어떻게 독립성을 가지고 움직이는지, 그 인물에서 내 연기로 만들어 나갈 수 있는 여백이 있는지, 그런 명확함이 캐릭터 안에 있는지를 염두에 두면서 대본을 읽게 됩니다."
모국에서의 스타성을 바탕으로 일본에 진출하는 대신, 현지 영화계에 갓 데뷔한 신인처럼 한 계단씩 밟았다. 한국에선 이미 탄탄한 입지를 구축했던 2017년, 그런 도전을 하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그는 배우라는 직업의 핵심은 '커리어'보다는 '소양'에 있다고 대답했다.
"저는 미국 유학을 한 경험이 있는데, 새로운 경험과 교양을 쌓고자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일본 활동을 결심한 계기도 같은 맥락입니다
[박창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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