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그룹 슈퍼주니어 김희철이 위근우 기자에게 분노했다.
지난 21일 대중문화평론가로 활동 중인 위근우 기자는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JTBC '77억의 사랑'에 출연한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김희철의 발언을 비판하는 요지의 글을 올렸다.
"사적으로 친했던 두 동료를 잃은 김희철 씨의 분노를 내가 감히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문장으로 글을 시작한 위 기자는 "그에게 있어 '젠더갈등'(따옴표를 쓰는 이유는 내가 젠더갈등, 성별 간 갈등이란 개념에 동의하지 않아서다) 속에서 나온 혐오발언들로 두 동료가 힘들어했다고 느껴진다면 페미니즘의 당위 문제는 부차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테고"라며 글을 이어갔다.
"하지만 고 설리 씨에게 남성 악플러뿐 아니라 여성 악플러도 있었고, 그중 태세 전환이 있던 이들이 있던 게 어느 정도 사실이라 해도 이걸 '성별 간 갈등' 문제로 치환해 둘 다 잘못이라 말하는 건 엇나간 판단이라는 생각이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남성 악플러 여성 악플러 둘 다 잘못한 것은 맞지만, 그 근거로부터 '성별 간 갈등'에서도 남녀 둘 다 잘못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 것은 논리적 비약"이며, "이러한 논리가 정당화되려면 고인에 대한 여성 악플이 이런 '젠더갈등'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내적 연관이 제시되어야 한다. 가령 설리의 노브라에 대해 비난하고 그에게 성희롱을 하던 남성들의 악플은 기본적으로 여성을 대상화하고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지 않는 남성 중심적이고 여성 혐오적 세계관으로부터 비롯된다. 그런데 고인에 대한 여성 악플 역시 '남성혐오'(역시 따옴표를 쓰는 건 편의적으로 쓰지만 동의하지 않는 개념이라서다)로부터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걸까. 이 부분의 논리적 고리가 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내적 정합성의 문제와 별개로, 고 설리 씨가 겪어야 했던 경험적 맥락을 따져도(심지어 그것을 김희철 씨가 나보다 더 잘 알지라도) 저 판단은 잘못된 것 같다"며 "첫째, 남녀 악플이 동일하게 가해졌다 가정해도 실제로 기사나 연예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고인에 대한 오피셜한 공격으로 가시화된 건 결국 남성중심적 담론이었다", "둘째, 고인이 본인의 삶 안에서 지키려 한 태도 자체가 다분히 여성의 자기결정권(노브라)과 자매애(생리대 지원)였다. 김희철 씨는 고인을 '젠더갈등'의 피해자로 보지만 정작 고인이야말로 '젠더갈등'에서 여성 진영의 중요한 플레이어이자 파이터였다. 그렇게 여성 연예인에 가해지는 여성혐오에 대해 목소리를 내서 저항한 고인이 과연 '성별 간 갈등'이라는 프레임에 동의할지 나는 잘 모르겠다", "셋째, 악플러는 모든 성별에 존재했지만 반대로 설리의 삶을 존중하고 응원해준 이들 대부분은 여성 페미니스트들"이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덧붙여 "위의 이유로 고인에게 가해진 무차별한 악플을 근거로 김희철 씨가 평소 믿던(노래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가사에 노골적으로 드러났던) '젠더갈등' 담론을 정당화하는 건 그리 세밀한 분석이라 보지 않는다"면서도 "물론 다시 말하지만 친했던 동료를 잃었던 그의 울분을 감히 가늠할 수 없고 그 울분을 폄하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는 위로를 전했다.
글 말미에서 위 기자는 "그(김희철)의 말이 이젠 없는 고인의 진심을 대변하는 게 되어선 안 되며, 그럴수록 이런 비판적 독해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젠 목소리를 낼 수 없는 고인을 대신해 <악플의 밤>에 대한 알리바이를 다름 아닌 JTBC 예능에서 이야기하는 건 그리 윤리적이지 못한 편집이라고 생각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이에 김희철은 해당 글에 "아저씨. 악플러나 범죄자가 '남자냐 여자냐' 이게 중요함? 성별을 떠나 범죄 저지르면 그냥 범죄자지. 그리고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노래는 그동안 내 루머랑 악플들 생성하고 퍼뜨린 일베랑 여시를 깐 거지 어딜 봐서 내가 페미니스트를 깜?"이라며 "하물며 나도, 그들과 친했던 동료들은 아직도 먹먹하고 속상해서 두 친구 이름을 함부로 못 꺼내고 조심히 언급을 하는데.. 아저씨는 뭔데 고인 이용해 이딴 글을 싸는 거죠? 이거 또 기사 나면 님 원하는 데로 이슈 만들까 봐 그냥 읽고 넘어가려 했는데…. 본인 인기 얻고 유명세 올리고 싶어서 존나 빨아 재끼네 진짜…. 마지막으로 댁들 싸우는데 고인을 무기로 쓰지 마시죠. 개 같으니까"라며 위 기자의 글과 대비되는 다소 격한 댓글을 남겼다.
김희철의 댓글을 본 누리꾼들은 "2살 차이인데 무슨 아저씨냐. 본인은 아저씨 아닌 척", "여동료들이 그렇게 소중했으면 폭력 당하고, 난감한 상황에 부닥쳤을 때 도와주지 그랬어요. 예능 프로그램에서 치졸하게 술 담배로 물고 늘어지는 여성 혐오적 언행 좀 그만하지 그랬어요. 여동료들이 목소리 낼 때 힘 좀 실어주지 그랬어요. '남자, 여자 둘 다 나쁘고 나는 지금 이 글에 기분이 상했다'는 말 대신 반성 좀 하지 그랬어요.", "글 제대로 이해 못한 것 같은데 그냥 본인을 언급해서 열 받은 듯", "공인이라는 분이 이런 워딩의 댓글을 남긴다는 것 자체가 '젠더권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악플은 다른 게 아니라 지금 김희철 씨가 남긴 댓글이 바로 악플이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후 김희철은 본인의 팬들이 모여있는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직접 글을 올려 분노한 심경을 한 차례 더 털어놨다.
그는 "이번만큼은 참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 답글을 달았다. 기자란 작자가 고인을 무기 삼아 자기 생각을 왈가왈부하는 게 역겨웠다. 저런 식으로 고인을 자기 입맛에 맞춰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작년 두 친구를 떠나보내면서부터 연예인에 큰 미련도 없어졌다. 나에 대한 악플을 보시는 분들은 남겨달라. 개인적으로 변호사님 통해 선처 없이 처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김희철은 지난 20일 '77억의 사랑'에서 故 설리와 구하라를 언급하며 "두 친구와 친했었다. 그 일을 겪고 가장 화가 난 건 성별을 나눠 싸운다는 것이다"라며 "남성들은 성희롱적인 발언으로, 여성들은 '여성 망신'이라며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다가 두 친구가 떠나니 서로의 탓을 하며 싸우더라"고 말했다.
해당 방송에서 그는 "난 평생 연예인을 하고 싶은 사람이지만 그 당시 SNS를 볼 때마다 화가 나서 다 닫고 끊었다"라고 과거를 회상하기도 했다.
故
[디지털뉴스국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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