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살 피아니스트 임주희를 따라다니는 말은 '천재'입니다.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인 2010년 러시아 백야의 별 페스티벌 무대에서 데뷔했습니다. 협연 상대는 러시아 최고 오케스트라 중 하나인 마린스키 오케스트라였습니다. 이 오케스트라와 런던심포니를 함께 지휘했던 당대의 거장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그를 협연자로 낙점했습니다.
서울시향 등을 이끈 정명훈과는 2014년부터 무려 13차례에 걸쳐 협연했습니다. 이제 갓 스무살이 된 그는 피아노 무대에 선 지 벌써 10년이 된 '중견' 연주자입니다. 올해는 포브스 코리아의 '2030 차세대 리더'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화려한 경력을 소유한 이 젊은 피아니스트가 국내에서 처음으로 정식 발표회를 엽니다. 다음 달 7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독주회 '임주희가 말하는 임주희'입니다. 프랑스 출신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카롤 베파가 임주희를 소재로 만든 12개의 에튀드 중 여섯번 째 곡 '임주희'로 연주회의 포문을 엽니다. 이 곡은 3~4분 분량의 짧은 곡이지만 박자가 마디마다 바뀌는 난곡입니다.
"카롤 베파는 열 살 때 프랑스 안시 페스티벌에서 만나 인연을 이어왔어요. 그러다 작년 8월, 저를 위해 곡을 썼다며 연락해 왔죠. 박자가 마디마다 변하는 변화무쌍한 곡이어서 피아노로 치기 어렵지만, 의미 있는 곡이어서 첫 곡으로 이 곡을 연주하기로 했어요. 잘 맞는 옷처럼 저랑 잘 맞는 곡인 것 같아요."
그는 이번 연주회에서 베토벤 피아노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쇼팽 '발라드 1번'과 '피아노 소나타 3번'을 연주합니다. 콩쿠르 등에서 자주 등장하는 레퍼토리였습니다.
"너무 유명한 곡들이라 많은 분이 '부담스럽지 않겠냐'라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수많은 피아니스트가 해석한 곡이라 부담이 되지만 제가 밤에 자면서도 들을 만큼 좋아하는 곡들이에요. 저만의 이야기를 담아 들려드릴게요."
그는 올해 9월에 미국 줄리아드 학교 입학이 예정돼 있습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탓에 입학 일정은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그는 "어쩌면 온라인 개학을 할지도 모르겠다"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그의 삶을 돌아보면 계획대로 되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러시아 백야의 별 페스티벌에서도 두 번 무대에 섰어요. 한 번은 예정돼 있었지만, 나머지는 바이올리니스트 카바코스의 연주가 갑자기 취소되면서 '대타'로 들어가게 됐어요. 하루 연습
생후 36개월 때 피아노를 시작한 후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은 임주희는 13세부터 학교에 가는 대신 집에서 스스로 공부를 했습니다. 게르기예프, 정명훈, 피아니스트 알렉산더 토라제 등 수많은 음악인이 한결같이 '홈스쿨링'을 추천했습니다. 그도 제도권 공부보다는 자신이 스스로 시간을 통제할 수 있는 홈스쿨링이 마음에 들었다고 합니다.
"제가 말하는 것도 안 좋아하고, 어렸을 때부터 '집순이'였어요. 혼자서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보니, 놀이터에도 안 가고 집에서 그림을 그리거나 인형 옷 같은 걸 만들었죠. 개인적으로도 홈스쿨링이 맞았어요. 부모님도 늘 저의 선택을 존중해주셔서 반대하지 않으셨고요. 집에서 피아노 연습하고, 영어 공부하고, 영화도 보고, 검정고시도 준비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지만, K팝 가수들의 공연도 즐긴다고 합니다. 걸그룹 '레드벨벳'의 신곡은 무조건 듣고야 마는 열혈 팬이기도 했습니다. 이제 스무살이 된 그는 영화를 무척이나 좋아하고, 대중음악도 즐기는 평범한 20대였습니다. 하지만 피아노에 대한 야심만은 절대 평범하지 않습니다.
"음악은 본질적으로 작곡가의 작품입니다. 하지만 그 곡을 치는 연주자들의 색깔에 따라 곡이 완전히 달라지기도 하죠. 그런 점에서 곡은 연주자들의 제2의 창작물이기도 합니다. 저만의 해석이 담긴 개성적인 곡을 들
그는 어린 천재로서 주목받았습니다. 하지만 홀로서기를 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습니다.
"임주희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정명훈 선생님과 게르기예프예요. 너무나 감사한 일입니다. 하지만 다른 식으로도 기억되고 싶어요. 그래서 지금 아주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