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는 지난해 300만대의 고지를 넘어섰다. 환율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두었다는 데는 이의가 없다.
1998년 부도로 쓰러졌던 기아차는 현대차가 인수한 이후 흑자로 돌아서 눈부신 성과를 거뒀다. 현대차와 연구개발을 통합하며 플랫폼을 공유하는 등 기술력을 키우고 원가절감 활동을 펼쳤다. 98년 2조원에 달하던 영업적자는 이듬해인 99년 흑자로 돌아섰다.
하지만 국내 RV시장 위축과 환율하락 등 악재가 겹치고 고객들에게 현대차와의 차별성을 부각시키지 못하면서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를 기아차의 '체질 개선'을 통해 돌파했다. 단기적인 반짝 성과보다는 근본적으로 흑자를 낼 수 있도록 바꾼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회장은 '디자인경영'과 '글로벌경영'을 동시에 추진했다.
특히 현대차와 차급도 성능도 비슷하다면 '디자인'에서 차별화를 두어야 한다는 결정 아래 ‘디자인경영’을 펼쳤다.
디자인경영은 정의선 부회장의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작품이다. 기아차 기획실장에 취임한 이후 국내외 전문가들과 만나 의견을 나누고 해외 모터쇼, 글로벌 포럼 등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를 직접 접하며 ‘디자인’이 해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기아차 관계자는 “정부회장은 작은 판단이라도 즉흥적이고 우연히 하는 일이 없다. 오랜 생각 끝에 행동에 옮긴다”고 말한다.
정의선 부회장은 2006년 9월 파리모터쇼에서 디자인경영 출사표를 던졌다. 정의선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인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며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각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함으로써 세계 무대에서 기아차의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때부터 기아차는 기아차량에 ‘패밀리룩’이라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또한 신차개발 과정에서 디자인의 위상을 확고히 했다. 그동안 기아차 신차 개발 때 가장 우선시 되는 것은 성능이었다. 디자인은 자연스레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 최초 결정된 디자인이 번복되는 일이 많았다. 신차의 디자인이 아무리 훌륭하더라고 설계로 구현하기가 힘들거나 생산과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면 디자인을 변경해야 했다.
하지만 디자인경영이 본격화되며 이러한 전략은 전면 재수정됐다. 설계를 위해 디자인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위치에서 디자인 원안을 최대한 유지하며 성능과 효율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2년 후인 2008년 6월 ‘직선의 단순화’를 기반으로 호랑이 코 패밀리룩이 탄생했다. 로체 페이스리프트 모델에서 처음 선보인 패밀리룩을 시작으로 포르테, 쏘울 등 기아차만의 디자인 정수를 담은 차들을 연이어 출시하며 흑자로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를 맡게 된 뒤 ‘브랜드’를 화두로 내세워 재도약을 추진중이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1월 북미오토쇼(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석했다. 정부회장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정확히 4년 전 이 자리에서 현대차의 새 브랜드 방향성인 ‘모던 프리미엄’을 글로벌 시장에 선포하며 고객 중심의 브랜드 경영을 시작한 바 있고, 이제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며, “현대차는 고객과 소통하는 모든 과정에서 고객에게 늘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고, 이를 통해 ‘시장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파는 회사’가 아닌 ‘고객에게 가장 사랑 받는 회사’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4년 전인 2011년 1월 디트로이트 모터쇼. 정의선 부회장은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라는 현대차의 새로운 브랜드 슬로건을 발표하며 신 브랜드 경영을 선포했다.
소위 잘 나가고 있는 현대차를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만들기 위한 고민을 정 부회장은 브랜드에서 찾았다. 해외시장에서 아직은 낮은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국내에서도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만드는 것이다.
먼저 정부회장은 고객들에게 현대차만의 감성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하고 새로운 브랜드 방향성과 슬로건 개발을 적극 독려했다.
현대차는 이같은 브랜드 방향성을 세계에 일관되게 전하기 위해 ‘리브브릴리언트(livebrilliant)’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세계에 현대차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 심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당신의 빛나는 인생입니다”라는 표현처럼 현대차를 고객의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을 함께 하는 차로 자리매김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정 부회장이 가장 공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고객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국내외 판매 및 기획 담당 부회장으로 이동한 후 국내영업 임원들과의 첫 회의에서 ‘사랑받는 현대차’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시행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그 동안 고객들이 보내준 사랑에 보답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모색해 보라는 것이다.
그 결과 ‘찾아가는 서비스’가 나왔다. 고객이 찾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찾아가라는 것. 기존에는 신차가 출시되면 그 차 정도만 시승해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신청만 하면 365일 어느 곳이든지 카마스터가 직접 차를 고객에게 가져가서 설명해주고 시승하는 ‘365일 찾아가는 시승서비스’를 도입했다.
현대차 브랜드의 제고를 위한 노력은 인터브랜드에서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인터브랜드’가 발표한 ‘2014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현대차는 100억달러의 브랜드 가치를 처음으로 돌파하면 전년 대비 3계단 상승한 40위에 올랐다. 아우디, 포르쉐 등의 고급 브랜드들보다 먼저 100억 달러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한 미국 JD파워가 발표한 ‘2012 브랜드 재구매율 조사’에서 현대차가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해 신차등록 고객 중 이전 소유 차량을 교체한 고객 7만여명을 대상으로 같은 브랜드의 차량을 선택하는 비율을 조사한 발표이다.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업체 스트래티직 비전에서 발표한 2013년 종합 가치 평가에서도 전체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이런 성적은 스트래티직 비전의 종합가치평가가 실시된 이
독일차를 타깃으로 출시된 제네시스 2세대 모델의 평가도 호평이 줄을 이었다. IIHS가 발표한 전 부문의 충돌평가에서 모두 최고등급을 달성했다. IIHS에서 최초로 최고 안전 등급을 받을 럭셔리 세단으로 기록되며, 자동제동장치 평가, 호주 신차테스트 평가, 2015 캐나다 올해의 차 등에서도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
[매경닷컴 최기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