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일본 요코하마에서 열린 '카메라&포토 이미징 쇼(CP플러스) 2014'에서 김현준 고윙 대표는 황당하지만 기분 좋은 일을 겪었다.
고윙이 개발한 제품 중 불량품 하나를 일본어 통역사가 실수로 손님에게 팔아버려 고민하던 중, 그 손님이 몇시간 뒤 제품에 문제가 있다며 다시 부스로 찾아왔다. 마침 잘됐다 싶어 환불해주겠다고 하니 손님이 같은 제품으로 교환은 안되냐고 물었다. 불량 문제를 해결해야 해 당장 제품 교환은 어렵다며 꼭 환불을 해야한다고 돈을 건네자, 손님이 돈을 던지고 도망갔다. 불량품이라도 당장 그 제품을 가져가 사용하고 싶다는 거였다.
"순간 머리가 띵해졌죠. 이 제품으로는 정말 승부를 걸어볼만 하다는 확신도 들었고요. 세상에 하나뿐인 아이디어 제품을 개발했기 때문에 불량품으로도 손님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DSLR 카메라 앞에 다는 커다란 렌즈를 손쉽게 교체할 수 있도록 해주는 '렌즈 홀더'가 김 대표의 첫 제품이다. 대학 때 취미로 시작한 사진에 빠져들면서 결혼식 사진 촬영 아르바이트까지 할 정도였던 그는 평소 대포 렌즈를 두 개 이상 들고 다닌다. 하지만 렌즈를 교체할 때마다 가방을 내려 렌즈를 꺼내는 반복이 너무 번거로웠다.
그래서 렌즈 끝부분을 끼우넣어 어깨에 걸고 다닐 수 있는 둥그런 모양의 홀더를 개발했다. 렌즈를 교체하고 싶으면 한 쪽에 교체할 렌즈를 끼워넣고, 다른 한 쪽에 끼워져 있던 렌즈를 꺼내서 카메라에 연결하면 된다.
단순하지만 세상에 없던 제품이라 시장에서 반응은 금방 왔다. 지난해 1월 참가한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는 이스라엘의 한 기업이 1박2일동안 고윙 부스를 꼬박 지켜보더니 제품을 사고 싶다고 했다. 선주문량이 500개였는데 당장 그만큼 생산할 수 있는 돈이 없었다. 그래서 바이어에게 선금 30%만 줄 수 있냐고 어렵게 부탁했더니 오히려 선금 100%를 보내줬다. 제작기간 4개월도 기꺼이 기다려줬다.
첫 매출을 수출로 기록한 고윙은 이후에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고 있다. 작년 매출 4억원 가운데 국내 매출이 1억원이었고 미국, 일본, 독일 등 해외매출이 3억원 가량이었다. 올해부터는 세계 최대 카메라 악세서리 시장인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해 내년 총매출 20억을 거
김 대표는 "작년부터 고윙USA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올해 초에는 미국 주요 카메라 전시회 2곳에 참여할 예정”이라며 "올해 안으로 '렌즈 홀더'와 연계 가능한 신제품도 출시해 미국 시장에서만 7억원 매출을 거두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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