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 회항’ 논란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대한항공에서 이번에는 동남아 외항기 승객이 기내에서 정체 불명의 벌레에게 물렸다고 주장하고 나서서 논란이 되고 있다. 피해 승객 A씨는 “방역이나 승객 서비스 담당 임원 등 책임자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지만, 대한항공은 콜센터 차원에서 문제를 무마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자카르타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대한항공 KE628에 탑승한 A씨는 이륙 직전 잠을 자려고 눈을 감자마자 눈가에서 이물감을 느꼈다.
뭔가 기어가는 느낌에 반사적으로 손으로 갖다 댄 순간 따끔하게 물린 느낌과 함께 정체 불명의 벌레가 반대편 손등으로 떨어졌다. A씨는 괜찮냐고 묻는 승무원에게 일단 괜찮다고 대답하고 옆자리 승객에게 신문을 빌려 벌레를 싸서 잡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다소 따끔거리긴 했지만 별다른 이상을 못 느낀 A씨는 또다른 승무원의 질문에도 괜찮다고 답했다. 다음 날 한국에 돌아온 A씨는 대한항공에 전화해 이번 사건에 대해 항의하며 책임자의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일단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책임자를 찾아보겠다던 콜센터 직원은 벌레 사건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방역 관계자 등 사과할 수 있는 사람이 없어 본인이 대신 사과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A씨는 “진정성 있는 사과의 말을 듣고 이런 일이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하고 싶었는데, 엉뚱하게 콜센터에서 사과를 하고 병원비 실비나 항공 할인권를 제시해 내가 무슨 ‘진상 고객’이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도착 당일 간단히 약을 바르고 잠을 잤지만 이튿날인 4일 환부가 심각하게 부어올라 고통을 겪었다. A씨는 “말라리아 같은 병원체가 옮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벌레에 물린 순간부터 겁이 덜컥 났는데 실제로 눈 주변이 심하게 부어 깜짝 놀랐다”며 “국적기인 대한항공에서 동남아 등을 오가는 외항기에 대해 방역을 철저히 하는 것은 기본 아니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일단 대한항공 측에선 기내에서 벌레에 물렸다는 사실 자체가 확실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해당 항공기는 지난달 27일 살균소독, 지난 1일 살충소독을 완료했다”며 “기내에서 물렸는지 확인되진 않지만, 당시 사건 직후 기내에서 찜질용 얼음팩과 연고도 권유했으며 추후 상담에선 병원비 실비 등 회사 내규에 따라 보상내용도 안내해 드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피해 승객이 책임있는 사람의 사과가 없다는 이유로 불쾌함을 느끼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A씨는 “당시 승무원들이 괜찮냐고 두 번 질문한 것 외에 약을 받거나 다른 조치를 받은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
[백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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