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쇄는 모든 산업의 화장품이에요. BMW, 루이비통 등 세계적인 명품 기업들이 저희 회사에만 카탈로그 인쇄를 의뢰하는 것도 저희가 최고의 결과물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매출액 500억원 중 60%인 300억원을 해외에서 거둔 국내 인쇄물 분야 수출 1위 기업 팩컴코리아의 김경수 대표는 책상 위에 내셔널지오그래픽이 펴내고 팩컴코리아가 인쇄한 사진집을 펼치고 열변을 토했다.
"사진의 색감을 이렇게 세밀하게 구현하면서 대량으로 균일하게 인쇄하는 기술력이 저희 회사의 장점입니다.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과 유럽 인쇄시장의 국제공인을 동시에 취득한 것도 저희 회사가 국내 최초에요.”
국내 인쇄물 수출 분야 1세대인 김 대표는 지금이야 자타가 인정하는 인쇄전문가지만 원래 꿈은 역사학자였다. 불의의 사고로 꿈이 꺾인 이후에도 책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에 이끌린 김 대표는 80년대 중반 성인문화사(현 팩컴AAP)에 입사해 인쇄물 수출에 앞장섰다.
하지만 1999년 외환위기 이후 회사는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법정관리인의 회사운영방식에 동의할 수 없었던 김 대표는 퇴사 후 바로 지금의 팩컴코리아를 설립했다. 적은 자본에 공장도 없이 사람 몇 명만 데리고 시작한 회사였지만 기존에 쌓아뒀던 고객과의 탄탄한 신뢰관계가 큰 힘이 돼줬다.
김 대표는 "외국 고객들의 까다로운 요구들을 해결해 주며 신뢰를 쌓았더니 회사에 공장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수십만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고 선금을 미리 주며 공장을 지으라고 하더라”며 "그렇게 사업에 탄력을 받아 불과 5년만에 2700만 달러의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04년에는 처음 몸담아 애정이 깊었던 성인문화사를 인수하기에 이르렀다. 기존에 인쇄물 관련 주문만 해외에서 받아오고 제작은 하청회사에 발주하던 방식을 취하던 팩컴코리아는 성인문화사 인수를 통해 인쇄물 제작시설을 제대로 갖춤으로써 까다로운 해외 고객들의 요구를 제
김 대표는 "사람들이 인쇄라고 하면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책방에 들어가면 책냄새에 기분이 좋아지듯 책은 이미 사람 몸 속 DNA에 새겨진, 없어지지 않을 물건”이라며 "그렇게 보면 인쇄업은 로맨틱한 비즈니스”라며 웃음지었다.
[김제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