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민심을 들은 여야가 정국 주도권 잡기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주도권을 잡기 위한 핵심 아젠다는 개혁과 경제입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말입니다.
▶ 인터뷰 : 김무성 / 새누리당 대표(23일)
- "올해 설 민심의 풍향계는 역시 경제살리기를 가리켰고 여기저기서 설 분위기가 나지 않는다며 특히 정치권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많이 높았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23일)
- "도대체 먹고 살기가 힘들고 앞으로 나아질 희망이 안 보인다는 것이 민심이었다. 우리 당에 대해서도 서민경제를 살려달라는 주문이 제일 많았다"
어떤 정치적 이슈보다도 서민 경제, 경제 살리기가 설민심의 바로 미터였다는 평입니다.
청와대도 이를 모르지는 않습니다.
어제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박근혜 대통령의 말입니다.
▶ 인터뷰 : 박근혜 / 대통령(23일 수석비서관회의)
- "우리 경제가 불어터진 국수 같다며 불쌍하다.‘부동산 3법’이 지난해 말 국회에서 늑장 처리돼 퉁퉁 불어터진 국수가 됐는데도, 우리 경제가 그걸 먹고 힘을 내 꿈틀거리고 있다."
김기춘 비서실장 자리가 공석이었지만, 이에 대한 얘기는 한 마디도 없는 대신, 경제 얘기 뿐이었습니다.
불어터진 국수는 국회가 경제관련 법안 처리를 빨리해주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박 대통령의 시각입니다.
그러나 여야는 정부가 서민 경제 살리기에 적합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게 문제의 본질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어쨌든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을 앞둔 여야는 경제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식과 경쟁은 포퓰리즘을 낳기 십상입니다.
대표적인 게 '저가 담배'입니다.
연말정산 후폭풍이 채 가시기도 전에 '저가 담배'얘기를 꺼내면서 민심은 '병주고 약주냐'는 식으로 냉랭합니다.
'담뱃세 올릴 때는 언제고, 지금 와서 저가 담배냐', '국민 건강을 위해 담뱃값 올린다고 하더니만, 저가담배는 그럼 뭐냐'는 비판이 들끌었습니다.
같은 당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 인터뷰 : 하태경 / 새누리당 의원
"장기적으로 보면 소탐대실입니다. 나쁜 정책보다 더 나쁜 정책은 일관성 없는 정책입니다."
▶ 인터뷰 : 주승용 /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
- "노인과 서민들은 질 낮은 저가담배를 피워서 건강을 해쳐도 된다는 말인지…."
그러자 저가 담배를 꺼낸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전병헌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아이디어 차원이라며, 그냥 없던 일이라며 한 발 물러섰습니다.
저가 담배 논란은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습니다.
이렇게 경제 살리기, 서민 경제가 설민심의 화두가 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지난 2년간 경제 성적표 때문이기도 합니다.
청와대는 지난 2년간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기틀을 잡는 시기였다며 창조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자평했습니다.
하지만 시민 단체인 경실련이 내놓은 평가는 D학점입니다.
정책에 대해선 전문가 300명의 무려 80% 이상이 실패했다는 데 표를 던졌습니다.
지난 2년 동안 가장 잘못된 정책으로는 ‘경제민주화' 부족이라는 응답이 58%에 달했습니다.
야당은 이런 부정적 평가를 적극적으로 소문내고 있습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민주연합 대표(23일)
- "박근혜 정부 2년은 서민 경제 파탄의 2년이었습니다. 이렇게 정부가 무능하고 무책임할 수가 없습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배신당한 2년이었습니다. 또한 박근혜 정부 2년은 분열과 대립의 2년이었습니다."
여당은 야당 역시 무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 인터뷰 : 이군현 / 새누리당 사무총장
- "2년 동안 사사건건 대선불복 시작해서 장외투쟁, 국회파행 일삼았던 제1야당이 이제와서 자기반성보다 맹목적 비판 통한 반사이익 누리려는 자세는 온당치 않다."
경제가 문제의 본질이고 중요하다는 것을 여야와 청와대는 모두 인식하고 있지만, 한발만 더 깊이 들어가면 인식과 해법에서는 큰 차이가 납니다.
그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아무리 개혁을 외친들, 아무리 경제정당을 외친들, 국민 마음속에서는 멀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내일로 출범 2주년을 맞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2013년 G20 정상회의 때 60%대를 넘었다가, 연말정산과 이완구 총리 논란으로 30%대가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긍정보다는 부정의견이 많습니다.
그러나 아직 3년이 남았습니다.
지나온 시간보다 가야 할 시간이 많습니다.
물론 레임덕도 올 것이고, 조기에 대선전이 시작되면 국정 운영의 어려움도 가중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해야 합니다.
올해를
경제에 올인하려면 다른 정치 사회적 이슈가 경제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원만한 타협과 조율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는 곧 소통을 필요로 합니다.
부디 여야 정치권과 청와대가 서로 소통을 하면서 올 한해를 경제 살리기에 올인했으면 합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