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의 핵심이 벤처창업이라고들 말하지만 정작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에서 벤처창업이라는 아젠다는 아직 후순위인것 같습니다. 보다 중장기적이고 넓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정준 신임 벤처기업협회장(쏠리드 대표·52)은 매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정부의 벤처창업 육성 정책에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정부가 직접 나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한 덕분에 최근 창업열기가 조금씩 되살아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정부 투자를 마중물 삼아 민간투자가 활성화되는 선순환구조를 정착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절대적인 투자액이 늘어나니 창업기업 수나 증시 상장 등 지표는 개선되고 있지만 정부의 개입이 없어져도 이런 추세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며 "아직 본질적인 부분은 안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벤처창업 활성화의 본질을 꿰뚫기 위해서는 범 정부 차원에서 그 중요성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벤처창업 관련 정책이 다른 현안들에 밀려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 현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는 것. 그는 "부동산 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시그널이 보일때마다 정부는 각종 세제혜택을 쏟아내는 반면 벤처창업과 관련된 스톡옵션 세제 완화는 업계가 10년 가까이 요구했지만 최근에서야 미미하게 반영됐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우리 벤처 생태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눈높이도 높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만의 벤처생태계를 만들어 전 세계 우수인재들이 몰려오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실리콘밸리는 미국 땅이지만 그 곳에서 창업하고 성공하는 사람은 세계 각국의 인재들”이라며 "실리콘밸리도 부러워할 만한 벤처생태계를 만들면 한국에서도 세계 1등 기업이 쏟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최근 실리콘밸리 벤처기업 사이에선 생태계(ecosystem) 대신 서식지(habitat)라는 표현이 종종 쓰인다. 벤처 서식지는 법규나 생활여건이 벤처인들에게 최적화된 곳이다. 누구나 자연스럽게 창업하고 투자받으며 마음 편히 기업활동에만 몰두할 수 있다. 한두번 실패해도 인생에 큰 지장 없는 시스템도 필수적이다.
정 회장은 1990년대 말 벤처붐 이후 지금까지 약 15년간 이어진 '벤처 빙하기'의 근본 원인이 정책 목적의 변화라고 지적했다. '우수한 기업을 육성하자'던 취지가 몇몇 투기꾼의 악행 이후 '문제 있는 기업을 솎아내자'로 바뀌었고, 지원 중심의 정책이 규제로 변질됐다는 것이다. 그는 "구직자들이 벤처기업보다 공무원이나 대기업을 선호하는 것은 그 만큼 벤처에서 기대할 수 있는 경제적, 사회적 보상이 적다는 뜻”이라며 "미국에서는 능력 있는 인재일수록 창업이나 벤처기업
정 회장은 지난 25일 오후 열린 벤처협회 제20차 정기총회에서 11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KT, 히타치 등에서 연구원 생활을 했으며 1991년 통신 중계기 기업 쏠리드를 창업해 지금까지 경영해오고 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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