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이면 학기가 새로 시작된다. 어른들도 날씨가 풀리면서 집밖으로 나가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기회가 더욱 많아진다. 이 때문에 봄이 시작되는 3월은 집단생활을 하는 학생이나 유치원생, 동호회원들을 중심으로 감기, 수두, 볼거리 등과 같은 감염병 발생이 늘어나게 된다.
윤희정 을지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올해는 지난달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지속적으로 독감이 유행하는 만큼, 개인위생관리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며 “손을 깨끗이 씻는 것만으로 생각보다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있다”고 말했다.
질병의 60%는 손을 통해서 전염된다고 알려져 있다. 사람들은 보통 한쪽 손에만 약 6만마리의 세균을 가지고 있다. 손은 뭔가를 잡고 나르고 만지기 때문에 각종 유해 세균과 가장 많은 접촉을 하는 부위이다. 일단 손에 묻은 세균은 눈, 코, 입, 피부 등으로 옮겨진 뒤 사람이 만지는 음식, 물건 등에도 옮겨져 다른 사람에게까지 전염시키게 된다.
감기는 환절기마다 찾아오는 가장 대표적인 전염성 질환이다. 감기는 코를 통해서만 전염된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다른 사람의 재채기, 기침, 콧물, 가래로 오염된 물질을 손으로 만져 입이나 코를 통해 감염된다. 독감을 유행하는 시기에 마스크를 쓰고 다녀도 감기나 독감에 걸리는 이유는 바이러스가 묻어있는 손을 입이나 코에 갖다 대면 감염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아침·저녁과 낮의 기온차이가 심할 때에는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외출을 삼가고, 무엇보다 아침, 저녁, 외출 후 돌아오면 반드시 양치질을 하고 자주 손을 씻어야 한다.
독감(인플루엔자)은 ‘심한 감기’ 정도로 생각하지만 일반 감기와 다르다. 감기에 걸리면 주로 코와 목이 따끔거리면서 아픈 반면, 독감은 전신 증상이 심하게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1~3일의 잠복기를 거친 뒤 갑자기 38도가 넘는 고열에 온몸이 떨리고 힘이 빠지며 두통, 근육통 등이 심하게 나타나고 눈이 시리고 아프기도 하다. 독감을 예방하려면 손 씻기, 입가리고 기침하기 등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수두는 수포와 딱지가 온몸에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늦가을부터 초봄까지 바이러스 활동이 왕성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전염성이 강한 수두는 말하거나 재채기할 때 나오는 비말이나 피부 접촉을 통해 쉽게 감염된다. 따라서 수두가 유행일 때는 백화점같이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 수두는 한번 앓고 나면 평생 면역이 되지만, 면역이 떨어지는 경우 바이러스가 숨어 있다가 대상포진으로 나타날 수 있다. 피부 발진과 딱지가 처음에는 얼굴과 두피에서 시작해 몸통과 팔, 다리로 퍼져나간다. 수포를 긁어 화농이 생기면 흉터가 될 수 있으므로 아이의 손톱을 짧게 깎아주고, 수포 부위에 처방받은 약을 발라준다. 수두는 예방접종을 해주면 80~90%는 예방이 가능하다.
귀밑의 이하선염이 부어올라‘볼거리’라 불리는 유행성 이하선염은 환절기 바이러스성 질환이다. 발병 초기에 전염력이 매우 강해 부은 부위가 가라앉을 때까지 격리하는 것이 좋다. 2~3주동안의 잠복기를 거쳐 대개 1~2일간의 가벼운 열과 두통이 나타난 다음 한쪽 또는 양쪽 귓불 아랫부분이 부어오른다. 부기는 발병 3일 전후가 가장 심하며 2주 정도 지나면 가라앉는다. 볼거리도 예방접종이 필요하며 손발을 깨끗이 씻는 등 청결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감기, 독감, 수두, 볼거리와 같은 전염성 질환은 대부분 손을 통해 전염된다. 따라서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발을 깨끗이 씻는 습관을 들이도록 한다. 또 환절기일수록 아이들이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충분한 휴식과 영양공급을 해줘 면역력을 키울 수 있도록 한다.
손씻기는 그냥 물에 대충 비비기만 하면 소용이 없다. 손에 비누를 묻혀 거품을 충분히 낸 다음 흐르는 물에 구석구석 씻어야 한다. 손깍지를 끼고 손가락 사이를 문질러 씻고 손가락으로 손바닥 손금을 긁어주기도 한다. 손가락은 손바닥으로 감싸서 따로 씻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양손의 손톱을 맞닿게 해서 비벼주도록 한다. 반지를 낀 사람은 반지 쪽도 씻도록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손에 감염된 바이러스는 3시간이상 활동하므로 하루에 최소한 8번은 씻어야 손으로 인해 전염되는 각종 질병을 예방할 수있다.
비누가 일부 균을 어느 정도 죽일 수있지만 감기를 유발하는 라이노바이러스와 같은 바이러스를 죽일 방법이 없다. 하지만 비누로 손을 씻으면 물에 의해 더 세세하게 각종 세균이나 박테리아를 씻어낼 수있다. 손을 씻은 뒤에는 가급적 면수건보다 종이타월로 닦는 것이 낫다.
최근 들어 수도꼭지에 손을 대지 않고 자동 수도나 발로 페달을 밟으면 물이 나오는 수도를 사용하는 곳도 따지고 보면 위생을 위해서다. 손을 씻고 수도꼭지를 잠그다 수도꼭지에 묻은 병균이 옮길 수있기 때문이다.
평소 손으로 얼굴을 만지는 습관이 있는 사람은 이 같은 버릇을 고쳐야 한다. 침을 묻혀 책장을 넘기는 버릇도 좋지 않다. 손톱과 발톱도 길게 자라도록 놔두면 병균의 온상이 될 수있으므로 항상 단정하게 잘라야 한다.
그렇다면 손은 언제 씻는 게 좋을까. 먼저 쇠고기나 돼지고기, 생선, 해산물, 저온멸균처리과정을 거치지 않은 우유나 유제품 등의 날음식, 씻지 않은 샐러드, 과일이나 야채, 정수하지 않은 물, 먼지, 곤충 등을 만졌을 경우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천으로 만든 행주를 사용했거나 주방청소, 화장실을 청소한 뒤에는 다량의 박테리아 및 곰팡이 균을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아 손을 씻어야 한다.
평상시 공중화장실 변기 손잡이와 수도꼭지를 만졌을 때에도 감기 원인이 되는 라이노바이러스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높아 주의해야 한다.
오래된 책과 돈, 컴퓨터 키보드와 마우스 등을 사용했을 경우에도 엄청난 양의 세균과 접촉했다고 보면 된다. 작업을 하다가 뭔가를 먹게 되고 여기서 나온 음식부스러기가 자판 틈을 통해 빛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있다가 습기와 결합하면 균들의 온상이 된다. 가족들이 자주 사용하는 전화나 아이들이 가지
이재갑 한림대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환절기에는 감기나 독감과 같은 호흡기 질환, 각종 안질환, 피부병 등이 유행할 가능성이 있어 손씻기를 생활화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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