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시장에서 시작된 이케아발 DIY(Do It Yourself) 열풍이 금융시장으로 번지고 있다. DIY는 내게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쓴다는 의미로 보통 '디아이와이' 또는 '다이'로 불린다.
DIY는 다소 귀찮지만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고르고 조립하는 소소한 재미에 이어 절약효과까지 '1석2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변화라면 DIY가 가구 등 제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금융시장까지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실제 '금융DIY' 열풍은 보험상품, 특히 인터넷으로 직접 가입하는 다이렉트보험이 주도하고 있다. 이미 대중화된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외에 운전자보험, 여행자보험, 종신보험, 연금보험 등 다이렉트 보험이 소비자들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보험 중에서도 자동차보험은 가장 대중적인 '금융DIY형'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법적으로 가입이 의무화된 자동차보험의 특성상 한 푼이라도 자동차보험료를 아껴 보려는 소비자의 심리와 잘 맞아 떨어질 뿐 아니라 자신에게 꼭 맞는 담보와 가입금액 등을 직접 확인하고 편리하게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화재의 애니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은 오직 인터넷으로만 가입 가능한 상품으로 설계사나 대리점의 판매수수료는 물론 일반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는 포함돼 있는 전화판매 수수료 조차 없어 더욱 저렴하게 가입할 수 있다.
삼성화재 다이렉트 관계자는 "인터넷으로 애니카 다이렉트 자동차보험에 가입할 경우 애니카 대비 평균 15.8%가 할인되고 보상서비스는 똑같이 받을 수 있어 고객 만족도가 높다”며 "특히 인터넷으로 가입하는 것이 전화로 가입하는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보다 더 저렴할 뿐만 아니라 귀찮은 가입권유 전화도 없다는 이야기가 확산되면서 가입 고객이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이 회사는 2009년 다이렉트 자동차보험 사업 개시 이후 연평균 70%이상씩 고속 성장해 작년 다이렉트 동차보험시장에서 시장점유율(M/S) 1위에 올랐다
'금융DIY형' 상품은 자동차보험 이외에도 운전자보험, 연금보험 등 그 종류도 다양한데, 지난해 설립한 인터넷 전업 생명보험사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종신보험, 정기보험 모두 인터넷으로 가입할 경우 동일한 보장으로 설계사 또는 대리점을 통하는 것보다 20% 정도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할 수 있다.
삼성화재 다이렉트의 경우는 판매수수료가 빠진 인터넷 전용 운전자 보험을 월 9900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자동차보험 고객이 해당 상품을 가입할 경우 추가로 10%를 할인해 주기도 한다.
운전자보험 외에 암보험, 연금보험, 화재보험, 여행자보험 등 다양한 인터넷 전용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한 경제연구원 관계자는 "금융 DIY 열풍은 경기불황의 여파로 위축된 소비심리,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가 반영된 현상으로,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등 생활에 필수적인 보험상품은 앞으로도 인터넷 가입이 더욱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
최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서민들의 경제사정이 녹록하지 않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의 합리적인 소비를 위한 DIY 열풍은 금융당국의 인터넷은행 활성화 정책, 금융혁명이라 핀테크(Fintech)와 맞물려 올해 금융권의 큰 변화 중 하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매경닷컴 최익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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