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 냥이면 눈이 구백 냥”이라는 격언이 있다. 이 격언은 자동차에도 적용된다. 눈 건강에 해당하는 운전 시야가 나쁘면 운전자가 앞을 제대로 볼 수 없다. 그 순간 람보르기니, 벤츠 S클래스, 포르쉐 등 ‘억’ 소리 나는 슈퍼카·럭셔리카도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다. 경우에 따라 흉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운전 시야의 좋고 나쁨은 와이퍼와 워셔액이 좌우한다. 1만~2만원이면 모두 교체할 수 있는 저렴한 용품이지만 평소 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홀대당하는 경우가 많다. 와이퍼와 워셔액 관리를 소홀히 하면 운 좋게 사고를 피했다 하더라도 앞 유리 손상이나 모터 고장으로 배보다 배꼽이 커지는 손해를 볼 수도 있다.
◇ 와이퍼
와이퍼 블레이드는 고무로 만들어졌다. 밖에 노출된 상태로 급격한 기온 변화를 겪다보면 고무가 딱딱해져 유리면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는다. 당연히 유리에 붙은 오염물질을 제대로 제거할 수 없다.
와이퍼는 평소 사용하지 않았더라도 고무 블레이드를 6개월 또는 1만㎞ 주행 때마다 교체해줘야 제 성능을 발휘한다. 와이퍼를 작동할 때 ‘삑’ 하는 소리가 나거나 깨끗하게 닦이지 않는다면 수명이 다했다는 뜻이다. 성능이 떨어진 와이퍼를 계속 사용하면 유리가 손상돼 유리 전체를 바꿔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황사가 앞 유리를 뒤덮고 있을 때는 황사를 털어낸 뒤 워셔액을 충분히 뿌리고 와이퍼를 작동해야 한다. 황사를 없애지 않은 채 워셔액을 뿌리고 와이퍼를 작동하면 유리에 미세한 흠집이 생긴다. 흠집이 심할 경우 운전 시야를 방해해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시중에는 관절형, 플랫형, 하이브리드형 세 가지 형태의 와이퍼가 판매되고 있다. 흔히 볼 수 있는 제품은 관절형 와이퍼다.
곡면 유리에 잘 밀착되는 리벳·요크(Rivet·Yoke) 구조로 만들어졌다.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2000원 안팎에 살 수 있는 제품도 있다.
고속 주행 때 떨림 현상이 발생하고 추위에 약하다는 건 단점이다. 눈이 내리면 와이퍼 마디마디에 눈이 스며들어 얼고 고무 블레이드도 유리에 얼어붙는다.
플랫 와이퍼는 일체형 커버와 공기역학적 디자인을 적용, 고속 주행 때 소음이 적고 안정적으로 유리를 닦아준다. 와이퍼 블레이드 결빙 현상도 적다.
반면 유리를 눌러주는 지점이 가운데에만 있어 와이퍼 양 끝이 들뜨거나 끌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가격은 7000~1만5000원대다.
하이브리드형은 일반 와이퍼 장점인 리벳·요크 구조와 플랫 와이퍼의 외형적 장점인 일체형 커버·공기역학적 디자인을 결합했다. 고속 주행 때 안정적이고 소음도 적다. 가격은 1만~2만원 정도다.
◇ 워셔액
워셔액은 카센터에서 공짜로 보충해 주거나 대형 할인마트에서 1000~2000원이면 살 수 있는 저렴한 제품이지만 500원짜리 물과는 가격 차이만큼 다르다.
워셔액은 기름기를 녹이고 어는 것을 예방해주는 알코올, 오물이 유리에 붙는 것을 방지하는 계면활성제, 금속 부식을 예방하는 방청제, 물 등으로 구성됐다.
물을 워셔액 대신 유리에 뿌렸을 때 겉으로 드러나는 차이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물을 사용하면 먼지와 기름 성분을 깔끔하게 닦아내지 못한다. 노즐에 녹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노즐뿐 아니라 금속으로 이뤄진 자동차는 물과 상극이다. 먼지가 많이 발생하는 날에는 유리창을 덮은 먼지 덩어리를 물로 닦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 운전자 시야를 가려 사고를 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저가 워셔액은 추위에 약해 영하의 날씨에 쉽게 언다. 따라서 겨울철에는 어는점이 낮은 제품을 사용해야 유리에 달라붙은 성에를 쉽고 빠르게 제거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영하 25도에서도 얼지 않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좋다.
단, 메탄올 함유량을 높인 제품은 와이퍼 블레이드를 더 빨리 부식시킬 수 있으므로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기능성 워셔액도 있다. 와이퍼 블레이드 수명을 연장시켜 주는 글리세린 성분이 들어 있거나 유리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고 흘러내리고 흙탕물도 없애주는 발수코팅 성능을 갖춘 워셔액이 대표적이다.
◇ 유리
금속으로 이뤄진 차체는 몰라도 유리가 부식된다는 사실을 아는 운전자는 거의 없다. 그러나 잘못된 주차•세차 습관으로 유리도 부식될 수 잇다.
유리는 녹스는 게 아니어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는 한 눈으로 부식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 유리가 부식되거나 흠집이 많이 나면 운전 시야가 흐려져 사고 위험이 높아진다.
부식 여부는 비가 오는 날 쉽게 알 수 있다. 와이퍼를 바꿨는데도 유리가 깨끗이 닦이지 않고 뿌연 때가 끼었거나 헝겊으로 힘껏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고 ‘뿌드득’하는 소리를 낸다면 유리 손상을 의심해봐야 한다.
지난 겨울에 성에나 눈 등을 도구를 사용해 무리하게 제거했다면 유리 표면에 흠집이 생겨 부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유리에 물기가 남아 있는 상태로 습도가 높은 지하주차장에 장시간 방치했을 때도 부식 현상이 발생한다. 유리에 뭉쳐 있던 물방울이 오랜 시간에 걸쳐 건조되면서 유리가 높은 농도의 알칼리성으로 바뀌고, 결국 부식돼 유리 표면이 미세한 요철 형태로 변한다.
모래, 자갈뿐 아니라 나무 수액, 열매, 곤충 사체, 동물 배설물, 알칼리성 세제, 성에 제거 도구 등이 유리를 손상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리 부식을 예방하려면 야외에 주차할 때 커버를 씌워두는 게 가장 좋다. 번거롭다면 나무 수액이나 열매가 떨어지는 나무
지하주차장을 이용할 때는 물기를 제거하고, 습도가 높은 곳이라면 며칠에 한 번쯤 실외로 차를 가지고 나오는 게 좋다.
유리 부식이 심하면 새 유리로 교환해야 하지만 가벼울 때는 연마제를 사용해 처음 상태로 회복할 수 있다. 유리 전문 세정액을 스펀지에 묻혀 골고루 잘 닦아내면 웬만한 부식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