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박모(53)씨는 약 한달 전 양쪽 귀에 이명(耳鳴)증상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최근 인사 문제로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던 그는 ‘지지직’같은 이명이 발생해 수면장애까지 왔다. 검사결과 가벼운 난청이 있었지만 우울증상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주부 김모(62)씨도 두달전부터 우측 귀에 이명이 발생했다. 냉장고 돌아가는 듯한 소리를 하루 종일 느끼고 있었지만 당뇨병, 협심증이 있어 낙심하고 있는 상태였다. 양측 모두 난청이 있었으며 우울증도 의심이 되어 약물치료와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이명(tinnitus)은 귀울림과 같은 말로, 몸 밖에 음원(音源)이 없는데도 귀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잡음이 느껴지는 것을 말한다. 이명이 지속되면 피로감, 스트레스, 수면 장애 등이 유발되고 집중력 장애,기억력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와 같은 정신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번 발생한 이명은 항상 일상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에게는 쉽게 극복되지 않는 난치병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많다.
을지대 을지병원 이명클리닉 심현준교수는 “귀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면 그것으로 인해 짜증이 날 수 있고, 정상적 생활을 누리기 힘들다”며 “이명이 만성화가 되면 대뇌 청각중추에 변성이 오고 뇌 감정과 기억에 관여하는 변연계(limbic system)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이명은 더욱 심해지고 우울증으로 악화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최근 밝힌 이명 진료환자는 2008년 24만 3419명에서 2013년 28만 2582명으로 매년 3%씩 증가했다. 성별로 보면 여성이 전체 환자의 58%를 차지해 남성보다 1.4배 많았다. 여성환자를 연령대별로 보면 60~70%가 절반(50.6%)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이어폰을 많이 사용하는 20대 이하도 꾸준히 늘어 3만명을 웃돈다. 이명환자 연령대가 대폭 낮아지는 것은 생활소음, 그 중에서도 이어폰 사용과 관련이 크다. 소음이 심한 지하철에서 이어폰을 사용하면 청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세계보건기구(WHO) 유럽위원회는 난청을 줄일려면 최대 음량의 60% 이하로 하루 60분 정도만 듣는 ‘60·60 법칙’을 지키라고 권고한다. 이어폰을 한 시간 사용한 뒤에는 5분 정도 쉬는 것이 좋다.
이명환자가 크게 늘어나는 이유는 대도시에 존재하는 많은 생활소음과 개인용 음향기기 사용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따라서 이명을 줄이려면 우선 큰소리와 잡음에 노출되지 않아야 한다. 이명 환자의 약 90%는 난청이 동반되기 때문에 청력이 나빠질 수 있는 행동을 피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외부와 차단되어 있는 조용한 환경은 피해야 하는데, 이때 어느 정도 환경음은 존재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 또한 혈액순환 개선을 위해 꾸준한 운동이 필요하며, 소급섭취를 줄이고 커피나 차, 콜라, 담배 등 자극을 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과음이나 폭주는 혈관의 정상적인 흐름을 방해할 수 있어 절대적으로 삼가해야 한다. 잡음 때문에 예민해지지 않도록 무시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며, 긍정적인 사고와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정신적인 긴장감을 적절히 해소하는 것이 좋다.
이명은 발생 원인에 따라 ‘청각계에서 발생되는 이명’과 ‘청각계 주변부에서 발생되는 이명’으로 분류할 수 있다. 먼저 청각계에서 발생되는 이명은 이명 성질에 따라 원인 질환이 다르다. 외이도 귀지와 이물, 외상성 고막 천공, 중이염이 있으면 저음의 간헐적 이명이 나타나고, 급성 중이염은 박동성 이명이 발생한다. 소음성 난청이나 노인성 난청, 돌발성 난청, 이독성 난청, 외상성 난청, 메니에르 질환(극심한 현기증 유발), 이(耳) 경화증 등은 지속적이며 고음의 이명이 나타난다. 청각계 주변부에서 발생되는 이명 원인은 고혈압, 동맥경화, 심장질환, 혈관기형, 혈관성 종양, 빈혈, 갑상선 질환, 당뇨와 근육경련, 턱관절이나 목뼈 이상 등이 있다.
이명은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 이명은 총소리, 나이트 클럽, 콘서트장 등과 같은 장소에서 큰 소음에 노출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다. 급성은 대개 달팽이관 손상이 왔다가 회복되는 시기를 한달 정도로 보기 때문에 발생 한달 이내 이명을 생각하면 된다. 이런 경우 자연치유가 되지만 이명이 지속되면 초고주파 청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급성 이명은 적극적인 치료를 통해 달팽이관 손상을 회복시키는 것이 만성 이명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는데 매우 중요하다. 하나이비인후과병원 귀전문클리닉 김희남 박사는 “이명은 초기 특별한 증상이 없어 대부분 난청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하게 된다”며 “평소 하루 1시간 이상 이어폰 음량이 바깥으로 새어나올 정도로 크게 키워서 듣는 경우가 많다면 청력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이명은 다양한 치료법이 소개되고 있지만 어느 한 가지를 확실한 치료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만큼 개인차가 큰 질환이기 때문에 다양하게 접근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일단 원인이 규명되었다면, 진찰, 청력검사, 이명도검사, 평형기능검사, 영상검사 등을 적절히 시행해 진단을 내린다. 영상 검사로는 뇌와 측두골 CT(전산화단층촬영), MRI(자기공명영상), 경동·경정맥 혈관조영술이 필요할 수 있다. 이밖에 혈액 검사, 갑상선 기능 검사, 알레르기 검사, 전기 근전도 검사, 심전도 검사 등을 고려할 수 있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나윤찬 교수는 “이명이 일상 생활에 지장을 주는 경우는 일차적으로 이명을 감소시킬 수 있는 다양한 약물 치료와 함께 이명 차폐기, 보청기 착용 등 방법을 시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 교수는 “이명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이명 소리 자체보다 이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서적, 감정적 반응이 더 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이명 재훈련 치료를 병행하면 효과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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