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연구진이 ‘피로물질’ 젖산이 세포성장 및 혈관생성을 조절하는 중요한 신호물질로 작용한다는 것을 규명했다. 젖산과 작용하는 세포신호전달체계 조절을 통해 암 및 염증질환 치료제 개발의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젖산은 급격한 운동을 할 경우 근육세포에서 포도당이 분해되면서 생산·분비되는 물질이다. 근육통증을 유발하는 ‘피로 물질’로 알려져있다.
젖산은 저산소 상태에서도 다량 만들어지는데 세포증식 활동이 활발한 암세포에서도 생성된다. 암세포는 빠른 성장을 하는데 기존 혈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암세포가 생기기도 한다. 이런 암세포들은 혈관이 닿지 못해 산소가 공급되지 못하고 ‘저산소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상황이 지속되면 세포가 죽는다. 암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젖산을 만들게 되는데 이 젖산이 NDRG3라는 단백질과 결합하게 된다.
NDRG3는 단백질의 일종으로 정상세포에도 있으며 세포 성장에 관여한다. 저산소 상태에서는 NDRG3가 젖산과 결합하면서 세포내에 NDRG3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NDRG3는 혈관 형성을 촉진해 죽어가던 암세포에 혈관이 이어지고 산소가 공급된다. 암세포가 생존을 위해 스스로 ‘산소호흡기’를 단 셈이다. 혈관이 이어지면 암세포는 산소를 공급받을 수도 있지만 혈관을 타고 신체의 다른 부위로 옮겨갈 수 있다. 암이 ‘전이’되는 것이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구조연구센터 염영일 박사팀은 쥐 실험을 통해 NDRG3 혹은 젖산생성 효소가 결여된 간암 세포주는 종양형성 능력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반대로 젖산생성 효소가 결여된 간암세포에 NDRG3를 인위적으로 발현시켰더니 간암세포의 종양형성이 크게 증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NDRG3가 젖산과 상호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염영일 박사는 “NDRG3 단백질과 젖산이 결합해 NDRG3 단백질 분해가 억제되면서 암세포 내에 NDRG3가 축적되고 이 단백질이 암세포에 성장 촉진 신호를 보냄으로서 암을 악화시킨다”고 말했다. 염 박사는 “암 및 염증 질환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기 위해서는 젖산의 생성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밝힌 것”이라며 “향후 NRDG3의 조절을 통해 암세포의 대사과정과 신호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는 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저널 셀(Cell) 온라인판에 17일 게재됐다.
[이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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