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코틴 액상을 주입하는 방식의 전자담배를 사용하면 일반 연초담배를 피울 때보다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하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소비자원과 국가기술표준원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전자담배 니코틴 액상 25개 제품을 상대로 최근 니코틴 성분 함량과 표시 기준에 대한 조사를 벌였다고 밝혔다. 그 중에서도 액상 1㎖당 니코틴 12㎎을 희석한 니코틴 액상 18개 제품이 주요 실험 대상으로 꼽혔다. 그같은 희석 농도가 니코틴 함량 중간 정도의 일반 연초담배와 유사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연초담배 1개비를 피우는 데 10회가량 흡입이 이뤄지는 걸 감안해 이들 18개 전자담배에서도 연기를 10회씩 포집·조사했다. 그 결과 18개 가운데 17개 제품의 기체 속 니코틴 함량이 연초담배 기체 니코틴(1개비당 0.33㎎)보다 1.1~2.6배 더 높게 나왔다. 단 1개 제품에서만 기체 니코틴 함량이 연초담배의 0.8배 수준으로 낮을 뿐이었다. 소비자원 측은 “결국 연초담배와 동일한 흡연 습관을 유지한 채 니코틴 액상 주입 전자담배를 사용하면 일반 담배를 피울 때보다 더 많은 니코틴을 흡입할 우려가 있다”고 설명했다.
25개 제품 가운데 13개 제품의 기체에서는 발암물질인 포름알데히드나 아세트알데히드 등이 검출됐지만 연초담배와 비교하면 더 낮은 수준으로 나왔다.
무엇보다 시중 니코틴 액상 제품의 유통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니코틴을 1% 이상 포함하는 니코틴 액상은 화학물질관리법상 유독물질로 분류돼 허가 받은 사람만 판매할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원의 실태조사 결과 소량으로도 치사량을 초과하는 니코틴 원액(38~685㎎/㎖)이 버젓이 판매될 뿐 아니라 심지어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통해서는 1000㎎/㎖ 농도의 니코틴 원액까지 구입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품 표시에도 미흡한 부분이 발견됐다. 25개 제품 중 12개는 니코틴 함량 단위(㎎/㎖)를 표시하지 않았고 다른 12개 제품의 경우 용기 디자인이 안약 제품과 유사해 오용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올해 4월까지 소비자원에 접수된 전자담배 위해사례 63건 가운데 니코틴 액상을
소비자원 관계자는 “유럽연합 등은 니코틴 액상 제품의 어린이보호 포장을 의무화하고 있고 내년부터 니코틴 농도(20㎎/㎖)와 액상 용량(10㎖)을 제한할 예정인 만큼 국내에서도 관련 기준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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