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에서는 티볼리를 의사·변호사·사업가 등 고소득 전문직들이 주로 찾습니다. 첫 물량은 배에서 내리기도 전에 다 팔렸고, 지금은 한국에서 더 많은 물량을 배정해주기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죠.”
쌍용차가 최근 유럽에 내놓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인기가 터키 전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간) 터키 이스탄불의 말테페 지구에 위치한 쌍용차 대리점. 7층 건물 전면을 감싼 빨간색 티볼리 사진이 고속도로에서도 한 눈에 들어온다. 말테페 지구는 터키 최대 도시 이스탄불과 수도 앙카라를 잇는 고속도로가 지나기 때문에 일대에 자동차 전시장이 밀집해있다. 포드, 현대차, 메르세데스-벤츠 등 주변 전시장들 가운데서도 유독 쌍용차 대리점이 눈에 띄는 이유는 규모가 가장 크기 때문.
이 대리점을 운영하는 터키의 가족기업 사슈바로글루 그룹은 터키뿐만 아니라 알제리, 이라크 지역에서도 쌍용차의 독점판매권을 갖고있는 대형 배급사다. 사슈바로글루 그룹은 지난 2007년 쌍용차로부터 독점 판매권을 따낸 후 지금까지 1억6700만달러(약1800억원)을 투자해 터키 전역에 대리점 27곳과 서비스망 43곳을 갖췄다. 그간 유럽에서 불거져나온 금융위기와 2009년 쌍용차 사태로 인한 공급부족 사태 등을 모두 겪으면서도 8년간 꾸준히 투자를 해온 것이다.
심지어 지난주에는 수도 앙카라에 전 세계 쌍용차 대리점 중 가장 규모가 큰 대리점을 열기도 했다. 높이가 14층인 이 대리점은 전시장과 부품센터, 서비스센터 등을 포함해 총 3만㎡ 규모로 전 세계 120여개국에 퍼져있는 1700여개 쌍용차 대리점 가운데 가장 크다. 뿐만 아니라 지난 21일 시작된 이스탄불 모터쇼에 쌍용차 전시장을 꾸민 것도 사슈바로글루 그룹이다.
쌍용차가 매년 7~8만대의 차량을 해외로 수출하는데 그 중 터키로 들어가는 물량은 1000~2000대 수준. 판매 규모를 감안하면 사슈바로글루 그룹의 투자는 엄청난 것이다. 하지만 이그룹의 니하트 사슈바로글루 회장은 “98년 외환위기때 한국을 방문하고 나서 위기때 투자를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지난 7년간 위기에도 불구하고 터키에서 쌍용차 판매·서비스망 구축에 힘쓴만큼 향후 좋은 결과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티볼리는 터키에서 대박 조짐을 보이고 있다. 터키 정부가 지난해 배기량 1.6ℓ 초과하는 차량의 경우 차량가액의 145%에 달하는 높은 특별소비세를 부과하도록 법을 개정했는데 티볼리는 1.6ℓ 이하라 세금을 45%만 내면 된다. 이에따라 이미 물량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주문이 밀려들고 있다.
쌍용차가 지난 3월 수출 물량을 처음 선적하면서 터키에서는 48대를 배정받았다. 처음에는 100대를 배정해달라고 했는데 국내에서도 물량이 부족해 절반이 깎인 것. 하지만 이 물량마저도 배가 도착하기도 전에 판매가 끝났다. 그후 터키에 추가 배정된 물량 183대도 사전계약이 끝났다.
사슈바로글루 회장은 “한국에 티볼리 물량을 늘려달라고 계속해서 요청하고 있다”며 “향후 티볼리 디젤, 롱바디 모델 등이 출시되면 판매가 더 크게 늘어날 전망”이라고 밝혔다. 쌍용차가 터키의 올해 연간 티볼리 판매 목표로 잡은 물량은 700대이지만 터키 쪽에서는 이걸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주장하고 있어 서로 실랑이 중이다. 터키에서 티볼리의 판매가격은 5만4000리라(약 2300만원) 수준으로 경쟁 모델인 닛산 쥬크나 르노 캡츄어보다 5~8% 더 비싼 데도
그는 “지난 7년간 터키에서 1만3000여대의 쌍용차를 판매했는데 변호사·의사·사업가 등 고소득 전문직종이 주요 고객층이었다”며 “그만큼 이시장에서 쌍용차의 잠재가치가 높다고 보기 때문에 향후 터키 현지에 쌍용차 조립 공장을 세워 생산 판매를 동시에 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이스탄불(터키)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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