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라는 ‘메가톤급’ 파도에 그동안 정부가 우선순위로 꼽아왔던 정책들은 줄줄이 뒤로 밀렸다. 특히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왔던 공공·노동·교육·금융 등 4대 구조개혁은 메르스 사태 이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초 지난 10일 열렸던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는 4대 구조개혁의 ‘핵심’인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안이 안건으로 오를 예정이었다. 회의가 끝나자마자 언론 상대 브리핑을 진행하기로 했을 정도로 정부 입장에서는 중요한 안건이었다. 하지만 정작 이날 회의의 안건으로 오른 것은 ‘메르스 관련 경제동향과 대응방안’이었다. 메르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던 시점이기에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 도입은 정부 정책의 최우선순위에 올라 있을 정도로 시급한 현안이었다. 당장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노사협상이 진행돼야 하지만, 정부는 협상 관련 지침조차 현장에 전달하지 못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부는 오는 17일 열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노동시장 개혁 방안을 다시 논의할 방침이다. 이미 노사간 간극이 벌어진 상황에서 현장에 지침을 전달하기에는 이미 때를 놓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을 갈음하는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또한 영향이 불가피하다. 기획재정부는 경제정책방향을 앞두고 국책·민간 연구기관장들과 만나 정책 관련 의견을 듣는 오찬간담회를 지난 10일 예정했었다. 이 또한 오는 18일로 미뤘다. 이에 따라 하반기 한국 경제의 반등을 가를 수 있는 경제정책방향의 수립 일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됐다.
게다가 경제정책방향 그 자체보다는 메르스 사태의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것도 변수다. 지난달 말까지 준비해왔던 경제정책방향의 줄기 자체가 메르스 사태로 순식간에 뒤바뀌면서 기재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기재부가 다음달 내놓을 관광활성화 대책 또한 최근의 관광위축과 관련한 방안을 추가해야 해 메르스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벤처·창업 활성화 대책과
보건복지부 정책들도 줄줄이 뒤로 밀렸다.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가입자에게 불리한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 체계 개편 논의도 올해안에 마무리짓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조시영 기자 / 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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