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에 붉은색으로 표시된 곳 보이죠? 이곳의 나무가 곧 쓰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미리 잘라야 한다는 뜻입니다.”
지난달 말 미국 실리콘밸리 소재 ‘GE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GSC)’ 4층 연결경험실(Connected Experience Lab)에 에린 김 GE 전략프로그램 매니저가 55인치 TV 6개가 연결된 모니터 앞에 섰다. 그는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주인공처럼 손동작만으로 화면을 확대·축소하면서 미국 특정 지역의 지도를 검색했다.
김 매니저는 “최근 한 전력회사가 GE에 특정 지역의 나무가 언제 쓰러질지 알수 있는 해법을 문의해와서 GE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가 과거 6년 동안의 날씨, 나무 상태 등 100만 가지 이상의 빅데이터를 분석해 솔루션을 공급하는 거래를 진행 중에 있다”며 “이 솔루션을 이용하면 전력회사는 쓰러지는 나무로 인해 주변 전기줄이 끊어지는 사태(정전)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력회사는 이 같은 정전으로 인해 부담했던 연간 비용 약 2억달러(2000억원)를 아끼게 된다.
김 매니저는 “소프트웨어가 빅데이터와 연계해 앞으로 웬만한 일상의 문제는 모두 해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을 대표하는 제조업체 GE가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빠르게 변신하고 있다. GE가 소프트웨어로 무게중심을 이동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2011년 실리콘밸리에 10억달러(약 2조원)을 투자해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GSC)를 설립하면서부터다.
존 매기 GE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의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제조업은 지난 30년 동안 효율성을 높여주는 ‘자동화(automation)’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며 “앞으로 화두는 최적화(optimazation)이며, 이는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데이터에서 나온다”고 말했다.
매기 CMO는 “GE는 최근 항공기 엔진, 가스 터빈, 송유관, 전구 등 모든 제품에 센서를 부착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풍력 장치의 경우 GE가 센서를 부착해 제품 품질을 높인 결과 수익성은 20% 높아졌다.
덕분에 GE는 2013년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2억9000만달러 매출을 올린데 이어 지난해 10억달러 이상의 매출과 1800억달러 이상의 수주 잔량을 기록했다.
미국 기업들의 소프트웨어로의 무게 중심 이동은 IT의 메카 실리콘밸리에서 극명해진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3D프린터로 탄소섬유 재질의 제품을 만드는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업체 ‘아레보(Arevo)’가 대표적이다. 아레보의 히맨 베다 대표는 “소프트웨어 기술만 있으면 실리콘밸리에서는 한순간에 대박을 낼 수 있다”며 “창업 후 1년 이 지난 2014년 우리의 첫 고객은 미국항공우주국(나사)였다”고 말했다.
[윤원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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