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방송업계가 이동통신사의 결합상품 판매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이통통신 3사가 ‘끼워팔기’ 식으로 초고속 인터넷과 IPTV에 대해 공짜 마케팅을 벌이면서 미디어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23일 서울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미디어 산업의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한 결합판매 제도개선’ 기자간담회를 열고 결합상품에 ‘동등비율 할인’을 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결합상품이란 전화, 인터넷, IPTV 등을 묶어 저렴하게 판매하는 방식을 말한다. 이동통신 3사가 경쟁적으로 결합상품을 내놓으면서 결합상품의 총 할인액을 초고속 인터넷이나 IPTV 사용료로 몰아 마치 이를 무료로 이용하는 것처럼 오인하도록 하는 ‘공짜 마케팅’이 성행 중이다.
윤두현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회장은 “지난달 방송통신위원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통사는 이동통신상품에 가입하면 IPTV와 초고속인터넷이 무료라는 식으로 허위·과장 마케팅을 계속하고 있다”며 “결합상품 구성별 ‘동등비율 할인’을 제도화해 결합상품이 주는 혜택은 축소하지 않으면서 이용자에게 정확한 알권리를 제공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등비율 할인은 결합상품을 구성하는 이동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에 할인율을 똑같이 적용하는 것을 말한다. 결합상품 총 할인율이 20%라고 가정한다면 이동전화, 초고속 인터넷, IPTV 각각 20%씩 할인받을 수 있다. 현재는 결합상품의 전체 금액을 기준으로 할인 혜택을 제공하지만 개별 상품마다 동일한 할인율을 적용하면 ‘끼워팔기’식 관행이 사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는 이동전화나 초고속인터넷 등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결합상품 구성이 허용되지 않았다. 2007년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각 분야 1위사업자인 SK텔레콤(이동전화)과 KT(초고속인터넷)가 결합상품 경쟁에 가세했다.
이에따라 방송통신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은 2007년 당시 176만명(46.9%)에서 지난 2013년 1276만명(82.1%)로 급증한 반면 케이블TV 방송사업자(SO)는 같은 기간 133만명(53.1%)에서 278만명(17.9%)으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방송통신 경합상품 가입자 수도 251만명에서 1553만명으로 늘었다.
이통 3사의 결합상품 경쟁으로 시장이 커진 반면 케이블TV사업자의 입지 역시 상당히 줄어든 셈이다.
이동전화를 포함한 유료방송 결합상품 비중도 지난 2011년 11.5%에서 지난해 36.5%로 크게 늘었다.
윤 회장은 “결합상품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결합상품을 구성하면서 중소통신사업자의 주력상품인 초고속인터넷이나 유료방송 상품이 마치 이동통신사에선 공짜인 양 광고하는 마케팅이 문제”라면서 ”이같은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이통사의 결합상품 대응이 어려운 케이블TV 등 중소사업자들은 극심한 점유율 감소와 퇴출 위기를 겪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방송콘텐츠 사업자와 수익을 배분하는 유료방송 산업 구조 상 이는 콘텐츠 산업 발전에도 향후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윤 회장의 설명이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정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지만 이를 기다리는 동안 국내 방송 시장은 황폐화되고 재건 기회를 완전히 놓칠 것”이라며 “동등비율 할인으로 유선상품에도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는 인식을 소비자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SK텔레콤이 초고속인터넷을 무료로 제공한다고 선전한 ‘TB끼리 온가족 무료’ 상품 출시 이후 결합상품 가입자 비중이 지난 2010년 2.3%에서 올해 4월 11.2%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SK브로드밴드 점유율은 20.9%에서 14.2%로 줄었고 KT와 LG유플러스도 약보합세를 보였다. 케이블TV 업계는 1.1%포인트 줄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에 따르면 TB끼리 온가족 무료 상품은 동등할인 형태이지만 개별 상품의 할인 금액은 표시하지
이에 대해 SK텔레콤은 “현재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동등비율 할인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결과를 주시하면서 다양한 대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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