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장이 제약사에도 타격을 주고 있다. 사태가 장기화됨에 따라 병원을 상대로 영업하는 제약사 실적 저하로 이어질 전망이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메르스로 주요 병원들이 잇달아 폐쇄되면서 외래 환자를 받지 않는 등 방역 대처가 이뤄짐에 따라 제약사들 매출 감소와 연구개발(R&D) 지연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임상 대상자를 구하는데 애를 먹고 있다. 지난 15년간 개발해 온 이 약품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3상 허가를 받는 등 개발 막바지에 와 있다. 하지만 최근 병원들이 잇따라 메르스로 폐쇄 결정을 내리면서 병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임상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상 제약사들 임상 시험은 임상 대상자를 모집해 병원에서 진행하는데 환자들이 병원 출입을 꺼리면서 제약사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
국내 ‘빅5’ 병원 중 한 곳인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6월에만 9개 제품이 임상 승인을 받았다. 병원이 직접 진행하는 연구자 임상시험도 3건 있지만 나머지 임상시험은 제약사들과 손 잡고 막바지 단계인 임상 3상을 진행하는 경우다. 그러나 최근 메르스 확진자 발생이 이어지면서 이 병원 부분 폐쇄 연장으로 이같은 임상 지연도 당분간 불가피하게 됐다.
매출에 직접 타격을 입고 있는 제약사도 늘어나고 있다. 메르스 여파로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일반 의약품의 경우 오히려 매출이 소폭 늘었다는 주장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대부분 제약사들은 병원이 처방하는 전문 의약품 매출 의존도가 더 높아 결과적으로 손실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만큼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 판매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병원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제약사들 시름도 한층 깊어지고 있다. LG생명과학 관계자는 ”지난달에만 매출이 15% 가량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메르스 사태가 길어지면서 2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힘든
제약협회는 메르스 사태에 따른 구체적 피해사례와 매출 감소 규모 등을 파악하기 위해 긴급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메르스 사태로 인한 제약업계 피해규모가 월 2500억원대 이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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