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준중형 박스카 쏘울(SOUL·혼이라는 뜻)을 생산하는 광주 1공장. 완성차 업계에서는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인 2000여명이 일하는 이 공장이 지난 17일 큰 일을 냈다. 고품질 일본차의 교과서라 불리는 규슈의 렉서스 공장을 제치고 미국 JD파워가 선정한 아시아 최우수 품질 공장에 선정된 것. 지난 1965년 기아차의 전신인 아시아자동차에서 시작한 이 공장이 꼭 반세기만에 독일·일본의 품질 명가를 꺾고 일어선 것이다. 기아차만의 1등 품질 혼(소울)을 담아낸 덕분이었다.
자동차를 만드는 공정은 프레스-차체-도장-조립-최종검차로 나눠진다. 철판을 자르고(프레스), 이걸로 차체를 만든 후에 색을 입혀(도장) 조립하는 식이다. 전기차를 포함해서 하루 평균 600대의 소울을 생산하는 기아차 광주 1공장에서도 당연히 이 공정을 거친다. 하지만 차체에서 3번, 도장에서 2번, 조립에서 7번의 검수를 거친 후 최종검차에서 다시 7번의 품질검사를 거쳐 총 19번의 검사를 통과해야지만 비로소 차가 한 대 나온다. 물론 각 과정에서 기계가 하는 단순한 오류체크나 근로자들이 하는 자체검열 작업은 제외하고 사람이 직접 하는 전수검사만으로도 이만큼이나 된다는 얘기다.
1공장에서는 이것도 모자라서 매일 하루에 한대씩의 차체를 무작위로 빼내서 3차원 검사를 한다. 아직 색깔을 입히지 않은 상태의 차체를 빼내와서 스크류가 박힐 자리에 제대로 구멍이 뚫렸는지, 전선이 지나갈 곳은 잘 찍혀졌는지 등을 컴퓨터로 일일히 체크하는 것. 이걸로 한대를 검수하는데만도 꼬박 6시간이 걸린다.
도장공장 품질 관리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다. 차체에 티끌이라도 하나 묻었다가는 균일하게 페인트가 도포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공장 내부를 마치 반도체공장의 클린룸(공중의 미립자, 공기의 온·습도, 실내압력 등이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제어된 방)처럼 꾸며놨다.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를 마친후에야만 여기에 들어갈 수가 있다.
이렇게까지 관리하는 데도 가끔 이물이 뭍어있다고 한다. 도장공장 검수장에 가니 현장요원들이 종이 위에 먼지가 있는 곳의 표시를 해뒀다. 분명히 그 표시를 봤는데도 기자의 눈에는 보이지 않았다. 육안으로는 잘 식별이 안되는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흠까지 다 잡아내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최종검수장에 오면 또 한번 놀랄 일이 있다. 형광들을 수백개 켜둔 환한 방에서 여자들이 검수를 진행하고 있다. 여성이 희귀한 자동차 공장에서 이렇게 여자가 많은 곳도 처음이다. 품질관리1부 성기성 차장은 “남성 근로자들이 잡아내지 못하는 미세한 것들도 여성들이 꼼꼼하게 다 잡아내기 때문에 최종검수에서는 반드시 여성인력들을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쏘울이 기장 많이 팔리는 시장은 미국. 이렇게 검수를 마친 차들은 미국 서부 시애틀에서 시작해 동부 뉴저지까지 5대 항구로 실려나간다. 최소 15일~20일 가량 배에 실려온 차가 혹시나 품질에 변형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최소 1년에 4차례 이상 1공장 인력들이 항구에 나가있다. 현장에서 하역한 차들을 다시 보면서 배터리에 이상은 없는지 염분 높은 바닷바람에 부식된 곳은 없는지 일일히 직접 살핀 후에 딜러에게 양도된다.
지난 2006년 쏘울의 첫 생산부터 무려 9년간을 최우수 공장상을 노려왔다는 김승철 1공장장(이사)는 “광주 1공장이 독일이나 일본을 누르고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고객들의 불만을 즉각적으로 반영해 처리해줬기 때문”이라며 품질 1등의 비밀을 귀뜸했다. 품질의 비결은 결국 실패를 빨리 인정하고 고칠 수 있는 용기라는 얘기다. 일본의 내로라하는 차 회사들이 리콜
[광주 = 한예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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