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법 거부권 사태로 국회 의사일정이 올스톱되자 정부 부처 관계자들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꺼져가는 경기 불씨를 살릴 기회를 놓칠까 우려하고 있다.
당장 10조원 안팎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다음달초 제출해 늦어도 다음달말 통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획재정부에 비상이 걸렸다.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확대간부회의를 연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추경안의 빠른 통과와 집행을 거듭 강조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추경 때도 역대 가장 빠른 속도인 20일만에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그해 연말까지 실제 집행률이 80%를 넘지 못했다”며 “메르스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빨리 국회를 통과하고,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개별 부처가 예산을 집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청년실업 해소 차원의 일환으로 창업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성화시킬 것으로 기대됐던 일명 크라우드 펀딩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법 개정안)도 본회의 문턱에서 발목잡혔다.
크라우드펀딩법은 인터넷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으로부터 투자금을 모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국내 크라우딩펀딩 업체 뿐만 아니라 자금을 받는 창업 기업들도 손꼽아 국회 통과를 기다렸던 법안이다. 지난 2013년 발의된 후 정무위원회에서 표류한 지 2년여만에 지난 4월 말 가까스로 정무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으며, 여야간 이견 조율이 끝나 이달 25일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됐었다. 국내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기업 와디즈의 신혜성 대표는 “국회 논의가 모두 끝나 통과되기만 기다리던 법안인데 예기치못한 사태에 발목 잡혀 침통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현재 창업 기업들은 국내에서 크라우드 펀딩을 받을 수 없어 해외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법 통과를 전제로 ‘크라우드펀딩 테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이르면 연내 크라우드펀딩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7월 1일 본회의가 한차례 더 예정돼있어 그 때 통과될 지 여부를 지켜보고 있다”며 “업계에서 관심이 큰 사안이라 통과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나머지 경제활성화법안 처리도 요원해졌다.
우선 개별 상임위원회는 통과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러있거나, 본회의 상정이 가능하지만 국회 파행으로 이번 국회 통과가 어려운 법들이 있다. 특수형태업무종사자의 산재보험 적용을 골자로 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법사위에 있지만, 여야 법사위원들의 이견으로 계류 중이다. 6월 국회에서 논의가 될 지 불투명하다. 하도급법상 수급사업자의 범위에 중견기업을 포함시킨다는 하도급거래공정화법은 법사위까지 통과한 상태지만 지난 25일 메르스 원포인트 본회의가 열린 탓에 처리되지 못했다.
상임위가 올스톱돼 더 논의가 진전되지 못하는 법안들도 있다. 몇달째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쟁점법안으로 다뤄지고 있는 관광진흥법은 이달내 국회 논의가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관광진흥법은 학교인근이라도 유해 부대시설이 없는 숙박시설은 건립이 가능하다는 내용으로 이른바 ‘학교 옆 호텔법’으로 불린다. 2월 임시국회부터 ‘여야가 처리하는 것에 노력한다’고 합의한 법이지만, 지금은 엔저와 메르스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으로 인해 시기마저 놓쳤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여당은 야당이 추진하는 최저임금법(생활임금법)과 연계 처리하겠다며 야당의 처리 협조를 종용하는 입장이지만, 상임위 공전으로 추가 협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기획재정위원회에 2년 넘게 머물러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도 계속 표류중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와 여당 지도부는 일자리 창출 효과가 가장
[조시영 기자 / 김명환 기자 / 배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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