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근로자 가운데 거의 절반은 세금을 내지 않는다. 소득이 있는 근로소득자 1619만명 가운데 면세자 수가 780만명에 육박한다. 올해 5월 국회를 통과한 연말정산 보완대책까지 반영하면 면세자 비율은 48%에 이른다.
“국민이라면 국가에 적게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국민개세주의 원칙이나 “소득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기본원칙이 한국에서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셈이다.
이렇게 한국에 면세자 비율이 높은 것은 그동안의 세제 개편이 포퓰리즘 정책 수단으로 전락한 탓이다. 대표적인 것이 올해 초의 연말정산 사태다. 이를 수습하기 위해 국회는 무리한 요구를 하고 나섰고, 기획재정부는 이중삼중 세혜택을 담은 ‘땜질식 보완책’ 을 내놓았다. 정부는 2013년 영유아 보육료 지원, 자녀장려세제(CTC) 도입을 이유로 출산·입양 공제와 다자녀 공제를 줄였다. 그러나 연말정산 파동 이후 셋째자녀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하는 한편 6세 이하 2자녀 공제와 출산·입양 공제를 부활시켰다. 여론과 정치권의 압박에 세법 원칙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며 초유의 ‘소급환급’ 사례까지 만들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세법에 각종 공제 혜택을 덕지덕지 붙여 ‘누더기 세법’을 만든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현행 세법은 소득 수준에 따라 6~38%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도록 정했지만 온갖 종류의 공제를 통해 세금을 감해주고 있다. 표준세액공제, 보험료세액공제, 자녀세액공제, 입양세액공제, 의료비세액공제, 근로소득공제, 교육공제, 기부금공제 등 공제 항목도 가지가지다.
기재부는 2013년 소득세법 개정으로 표준공제를 비롯한 소득공제 항목이 세액공제로 바뀌면서 저소득층 공제혜택이 대폭 늘었고, 이것이 결국 면세자 수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표준공제는 의료비나 교육비 등 공제지출이 없는 1인 근로자가 적용받는 공제를 말한다. 표준공제가 과거 소득공제방식(저소득근로자 6만원 경감)에서 세액공제(13만원 경감)로 전환되는 바람에 공제 혜택이 크게 증가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지난 2013년 32% 수준이었던 면세자 비율은 불과 1년만에 10%포인트 이상 급증했다.
보험료를 포함한 각종 공제 항목도 마찬가지다. 최저 소득세율로 6%를 적용했던 소득공제 방식에 비해 12%나 15% 등 높은 세액공제율을 적용하면서 면세자 비율이 급증했다. 기재부는 2013년 소득세법 개정 항목들이 각각 면세자 증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결과 표준세액공제(44.6%) 보험료세액공제(16.8%) 자녀세액공제(12.4%) 의료비세액공제(10.6%) 순으로 집계됐다고 설명했다. 표준세액공제와 보험료세액공제 관련 공제금액과 공제율만 손질해도 면세자 수를 큰 폭으로 낮출 수 있다는 의미다.
기재부는 소득세법상 공제 체계를 지금처럼 유지할 경우 임금 상승에 따라 매년 약 1.3~2.1%포인트의 면세자 비율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소득세법을 고치지 않으면 2019년 경 면세자 비율이 40%로 떨어지고 2023년이면 2013년 수준까지 낮아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검토중인 표준세액공
[박윤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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