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업체 A사 마케팅 담당자는 매일 기상청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게 일이다. 장마와 태풍 등 비는 언제 얼마나 올 지에 따라 제습기 판매량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마른장마’여파를 겪은 탓에 날씨예보에 더욱 민감해지고 있다. 그는 “지난달 비가 예상만큼 오지 않으면서 판매량도 기대치의 70% 수준에 그쳤다”고 말했다.
제습기시장이 극심한 가뭄으로 타격을 받고 있다. 9일 가전업계에 따르면 올여름 강수량이 평년의 60%에 그치면서 제습기판매량이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제습기 판매사 관계자는 “지난해 마른장마 쇼크 탓에 올해는 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판매량이 지난해 수준에 그쳤다”며 “비가 오지 않으면 판매량이 더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밝혔다.
일부 기업에서는 제습기 사업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신제품을 발매하지 않은 C사는 제습기사업 정리까지 검토하고 있다. 재고 물량만을 판매한 뒤 제습기라인을 접는다는 것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이번 재고가 모두 소진되고 나면 회사차원에서는 제습기 라인을 접을 가능성이 높다”고 귀띔했다. 그는 “제습기는 날씨에 너무 좌지우지되는 경향이 커 핵심사업에 집중하는 차원에서 검토가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을 기준으로 지난달 비가 온 날은 30일 중 10일이다. 날 수로 10일이나 되지만 제습기업체의 속을 태우는 것은 너무 낮은 강수량이다. 10일 중 일 강수량이 10mm가 넘은 날은 14·20·26일 딱 3일 뿐이었다. 나머지 7일은 사실상 우산조차 필요없는 수준의 비가 온 셈이다. 지난달 전체 강수량은 97mm로, 우리나라 6월 평균 약 158mm 대비 60% 수준이었다. 이달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1일과 8일 두번 비가왔지만 각각 0.5mm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이달부터 몰려올 태풍에 그나마 기대를 걸고 있다. 연속해서 강한 비가 내려주면 습도가 높아지면서 제습기 판매량도 덩달아 상승하리라는 기대다. A사 관계자는 “기상청에서는 장마기간을 예고했지만 비는 보슬비 수준에 그쳐 많은 비를 몰고오는 태풍이 그나마 습도를 올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습기 판매량은 지난 2010년 연간 10만대 수준으로 2012년 50만대를 거쳐 2013년 150만대 규모로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지난해 업계에서는 판매량이 250만대까지 늘어날
[정승환 기자 /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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